군 당국이 상관에 의해 타살된 군인을 자살로 사망한 것처럼 30년 가까이 은폐해온 데 대해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임범석)는 군 복무 중 상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심모씨의 어머니 등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2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상병이었던 심씨가 위병 근무 중 하사관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자 같은 부대 간부들이 이를 은폐하고자 총기지급대장 및 군복 등을 교체했을 뿐 아니라 유족들의 부검 요구를 무시하고 심씨를 화장했다"면서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은폐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 "지난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심씨의 사인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전까지 유족들의 권리행사에 장애가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978년 5사단에 입대한 심씨는 이듬해 5월 결혼했고 석 달 뒤 위병 근무를 하던 중 상관과 말싸움을 하다 상관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사망 직후 부대 간부들은 "심씨가 고부간의 갈등을 비관해 자살했다"며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사건발생 29년 만인 지난해 10월 군의문사진상위에서 심씨 사건의 진실이 규명됨에 따라 육군본부는 올해 초 심씨에 대한 사망구분을 자살에서 순직으로 변경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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