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11시께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대. 보험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던 홍모(31)씨가 시민의 신고로 붙잡혀 들어왔다. 30분 정도 조사를 받던 홍씨는 담당 경찰관이 조서를 꾸미느라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잽싸게 지구대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깜짝 놀란 경찰관들이 뒤따라 나섰지만, 마라톤 동호회 활동으로 다져진 잽싼 범인을 뒤쫓을 수는 없었다.
개포지구대는 지난 15일 유치장에서 엉뚱한 피의자를 풀어줘 물의를 빚었던 서울 수서경찰서 관할이다. 경찰관이 석방자 이름을 서류에 잘못 적는 바람에 4년간의 추적 끝에 붙잡았던 10억원대 사기 피의자를 어이없이 풀어준 사건이 발생했는데, 불과 11일 만에 같은 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 또 피의자 도주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개포지구대는 지명수배된 피의자 홍씨를 조사하면서 수갑도 채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랴부랴 검거에 나선 경찰은 22시간이 지나서야 서초동의 한 고시원에서 홍씨를 다시 붙잡았지만, 허술한 피의자 관리에 대한 비판마저 피할 순 없게 됐다.
연이은 피의자 도주 사건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자 경찰 관계자는 "실수를 인정하지만, 우연히 겹친 일일 뿐"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피의자 관리 소홀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잘못을 지적하는 쪽에 삿대질을 하는 꼴이다.
경찰은 올해 초부터 음주와 관련한 기강해이 사건이 잇따랐다. 급기야 4월에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구속 피의자 2명이 유치장에서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져 "경찰이 전반적으로 나사가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해당 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복무 감찰을 강화하면서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그 효과가 일선에 고루 미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이태무 사회부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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