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정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가졌을 심리적 부담을 조속히 덜어내고, 이명박 대통령을 보필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국정 운영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해명되지 못한 의혹에 대한 도덕적 각성이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빚어질지도 모르는 의혹을 최소화하는 데 순기능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당이 국회 재적 과반수를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정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는 기정사실이었다. 다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의사진행발언과 신상발언 등을 통해 인준에 강한 반대를 표하면서도 물리력으로 여당 의원들을 가로막아 표결을 저지하려 하는, 판에 박힌 행태에서 벗어난 것이 두드러졌다.
사회발전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고 일부 소란은 있었지만 거대 여당을 견제할 실질적 수단이 없는 야당에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결단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을 연출한 야당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이를 계기로 여야 모두 민주적 절차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자세를 갖춰 의정 효율화를 이루길 기대한다.
우리는 야당의 이번 대응방식이 물리적 폭력에 의존하는 분풀이 방식보다 정 총리에게 훨씬 큰 도의적 부담을 안겼다고 본다. 의사당이 물리적 폭력으로 얼룩졌다면 국민의 눈길은 온통 그리로 쏠리고, 폭력행위의 원인보다는 결과만 부각됐을 것이다. 그런 결과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야당에게 천만다행이다. 일부 강경파의 무조건 투쟁론을 이런 합리적 이유로 잠재운 것으로 보아 지난 1년 반의 실패 경험이 무용하지 않았다.
정 총리도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적지 않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칼날이 무뎌진 것은 그의 능력과 식견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종시 문제를 포함한 모든 국정 현안을 과거보다 크고 넓은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얻은 이 대통령이 독단에 흐르지 않도록 조언할 수 있는 것도 거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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