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4재개발구역 남일당 건물 옆 골목에선 매일 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집도로 추모 미사가 열린다.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희생된 참사가 발생한지 25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철거민 희생자 시신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순천향대 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
"한 달 두 달 기다려도 전화 한 통 없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 보니까, 정말 죽은 모양이구나 하죠." 고(故)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69)씨는 아직도 남편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경찰특공대가 진압해야 할 '테러리스트'로 몰린 상황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치사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를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파렴치한'의 굴레를 씌울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칠순 노구를 이끌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용산 희생자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용산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보태 달라고 외치고 다녔다.
26일 전국순회 범국민 추모대회를 마무리하는 서울역광장 집회에는 전씨의 바람대로 천 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용산참사 해결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반달이 서러움에 떨고 있는 유족들의 어깨를 비추고 있었다.
사진·글=최흥수 기자 choiss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