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북핵 문제와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고 남북 당국간 회담을 거친 뒤에야 식량 지원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측은 27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통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상응하는 남측의 우의(호의)"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쌀 비료 지원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한 만큼 남측도 성의를 표시하라는 간접화법이다.
북한은 연간 40만톤에 달하던 남측의 지원이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된 데 이어 국제사회 지원도 미약해 올해 식량 부족분만도 84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28일 "현재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이나 비료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박선규 청와대 대변인)고 잘라 말했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도 "남북대화를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현재로서는 북한에 쌀 비료 지원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는 남북관계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류도 존재한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조치가 있었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 내 고민의 일단으로 읽힌다.
정부는 그 동안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하면서도 '남북 당국간 대화' '국민여론' 등의 전제를 달아왔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남북관계 전반과 북핵 문제 해결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북 식량 지원을 남북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북 인도주의 현안 해결을 중점 추진 과제로 내세운 정부 입장에서 해결 수단은 쌀 비료 지원 재개 말고는 마땅치가 않았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이산가족 상봉은 사실상 쌀 비료 지원 등과 연계돼 있었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남북회담을 통해 적절한 식량 배분 감시 장치를 마련한 뒤 지원을 재개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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