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내놓은 내년 예산안은 보는 시각에 따라 180도 다른 해석이 나온다.'경기도 살려야 하고, 재정 건전성도 확보해야 하는'두 마리 토끼 앞에서 정부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결과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감세 유보 및 4대강 예산 축소 논쟁을 잠재우기 위해 고심한 흔적도 역력하다. 쟁점이 될 3대 포인트를 통해 내년 예산안 특징을 살펴본다.
■ 포인트1. 확장 vs 긴축 - 예산 기조
내년 정부의 총지출은 291조8,000억원. 올해 본예산(284조5,000억원)보다 2.5% 늘어난다. 반면 위기 극복을 위해 편성된 추경예산 301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3.3%(10조원) 줄어든 규모다.
이러다 보니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는 "경제활력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지속하되 경제회복 추이에 따라 재정지출 규모는 올해 추경보다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힌다.
본예산에 비해 지출이 늘긴 느는데다, 총수입(287조8,000억원)에 비해 총지출이 4조원 이상 더 많기 때문에 올해처럼'확장 재정'까지는 아니라도 '적극 재정' 기조는 유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의견을 모았듯 경기회복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며 "재정 건전성 조기 확보에도 신경을 썼지만, 경기 회복에 더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체감은 '긴축 재정'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실제 정부가 올해 지출한 돈인 추경과 비교를 해보면 내년 재정지출 규모는 10조원이나 줄어든 수치. 본예산과 비교한 지출 증가율(2.5%)도 경상 성장률 전망치(6.6%)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총지출 중에서 기금 지출을 제외하면 예산 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도 0.6% 감소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년 예산안은 긴축적인 성향이 다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포인트2. 재정 건전성
지출 억제에 상당히 공을 들였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그만큼 지금 국가 재정 상태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적자는 32조원. 정부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이만큼 더 많다는 의미다. 올해 적자(51조원)보다는 많이 줄어들지만, 추경을 제외한 본예산 적자(24조8,000억원)보다는 더 확대된다.
누적 적자가 쌓이다 보니 나라빚(국가채무)도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366조원에서 내년에는 407조1,000억원으로 불어나는 데 이어, 2013년에는 500조원에 육박(493조4,000억원)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3~2014년 균형 재정을 달성하고, 2013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대 중반(35.6%)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박기백 교수는 "인위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지출을 언제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고,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1년부터 5% 성장을 달성한다는 전제 자체가 너무 무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감세 유보론'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 포인트3. 4대강 예산
"4대강 예산 때문에 다른 예산이 줄어들었다." 이번 예산 편성 과정에서 끊이지 않았던 논란 중 하나다. 급기야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수자원공사와의 역할 분담. 내년에 투입될 6조7,000억원의 자금 중 재정에서는 3조5,000억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수자원공사가 떠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작년에 본예산 기준으로 무려 26% 급증했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 4대강 사업에도 불구하고 0.3%(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4대강 예산을 제외하고 나면 12%(2조9,000억원)나 감소한다. 위기 이후 올해 수정예산(본예산) 편성 전 애초 정부안보다는 소폭 늘어났다는 게 정부 주장이지만, "4대강 때문에 지역 SOC 예산이 줄었다"는 지역구 의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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