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했다. 음악에 대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그랬다. 최근 6집 앨범 '기프트-파트 1'을 발표하기까지는 2년 반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분쟁을 하는 등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박효신. 올해로 데뷔 10년이 된 그는 그간 겪었던 고통을 노래로 승화하려 몸부림 쳤고, 음악 밖에 몰랐던 자신의 삶도 한층 성숙해졌다고 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약하지 않다고 눈물로 참았던 날들/ 나를 모르고 나를 말하는 얘기도 듣고 싶지 않았어/…/ 텅 빈 내 마음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알 수 없던 날들/ 내 눈에 보이던 세상이 전부라는 건 모두 거짓이었어….' 자신이 가사를 쓰고 곡을 붙인 첫 곡 '기프트'에서도 그의 마음이 오롯이 묻어난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을 많이 알게 됐어요. 전에는 가수 박효신으로만 살았는데 '사람 박효신'을 새로 보게 된 거죠. 세상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특징인 소위 '소몰이 창법' 대신 감미로운 멜로디의 발라드 풍으로 꾸몄다. 변화를 준 이유가 뭘까. 박효신은 "'눈의 꽃'이란 노래처럼 보컬을 강하게 하다 보니 음악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가슴으로 팍 치는' 노래도 좋지만 여운도 남고, 회상도 할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이 이제 필요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디엄 템포에 멜로디가 선명한 '널 바라기', 연인을 사랑하면서도 불안한 한 남자의 심리가 매혹적인 음색과 조화된 '이상하다', 재즈 풍 피아노 선율이 압권인 '이름 모를 새' 등 앨범의 나머지 곡들도 가을을 대표하는 '박효신 표' 발라드로 손색이 없다. 마지막 곡 '데자부'도 별미. 그가 처음 부르는 세련된 비트의 빠른 곡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흥겹다.
너무 기다리게 한 탓일까. 팬들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앨범은 발매 후 각종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타이틀 곡 '사랑한 후에' 역시 여러 음악 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마다 그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너무 감사하죠. 오랜만에 앨범을 내다 보니 성공 여부 보다 '사람들이 내 노래에 공감할까'하는 부분이 신경 쓰였어요.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래서 10월 17, 18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예정된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16일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그랬는데도 3회 공연 1만5,000석이 매진됐다. "라이브 무대는 생명처럼 느껴져요. 제 음악 인생을 결정할 공연인 것 같아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스태프 100여명과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그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일까. "인생인 것 같아요. 느끼고 배우고 즐길 때마다 음악은 항상 제 곁에 있었거든요. 제 음악 때문에 꿈을 키우고, 제 음악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