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8일 열네번째 막을 올린다. 이병헌 주연의 합작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가 예매 시작 38초 만에 매진되고, 우에노 주리 주연의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배두나 주연의 일본영화 '공기인형'이 각각 41초와 57초 만에 표가 다 팔렸다.
부산영화제는 매진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올해의 매진 행진은 유별나다. 부산에 갈 마음이 있다면 좋은 영화는 빨리 찜 해놓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355편의 영화 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 전문가 수준의 마니아가 아니면 골치 아플 일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각자의 시각을 담아 각각 6편의 영화를 추천하며 도움을 주었다.
영화 마니아를 자부한다면
권용민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고 하길종 감독의 '화분'과 중국 소이청 감독의 '엑시던트'를 추천했다. '화분'은 38세에 요절한 천재 하 감독의 데뷔작이다. 권씨는 "주요 배경인 저택의 이름을 푸른 집(청와대)으로 쓰는 등 단어의 유희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조지훈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등 4개 상을 받은 '루르드'(감독 예시카 하우즈너)와 일본의 컬트 감독 츠카모토 신야의 신작 '테츠오: 총알 사나이'를 권했다. 조씨는 "'루르드'는 성지순례 중 기적을 경험하는 한 장애인에 대한 주변인물의 반응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성찰한다"고 소개했다.
정우정 제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경찰 견습생의 악몽 같은 하룻밤을 다룬 필리핀 영화 '도살'(감독 브릴얀테 멘도사)과 공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알로' 등 피칠갑의 영화들을 권했다. 정씨는 "'도살'은 너무 잔인해 불편하면서도 눈을 살짝 가리며 보고 싶어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황혜림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데니스 호퍼 주연ㆍ연출의 고전 '이지 라이더'와 고 이만희 감독의 '검은 머리'의 관람을 권유했다. "1960년대 미국 청춘들의 이상과 꿈을 엿볼 수 있는, 지금 봐도 젊은 영화"('이지 라이더'), "알아갈수록 매력이 넘치는 이 감독의 장르영화"('검은 머리')라는 게 추천 사유다.
대중적 눈높이의 영화를 원한다면
대중적인 영화로는 홍콩 두치펑 감독의 누아르 '복수'와 인도 뮤지컬 영화 '신이 맺어준 커플'(감독 아딧야 초프라)이 복수 추천됐다.
권씨는 '복수'를 "수려한 액션 장면을 선보이는 작품", 조씨는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반드시 보고 싶은 영화", 황씨는 "영화광과 일반 관객 양쪽을 다 사로잡을 도시무협"이라고 각각 소개했다.
정씨는 '신이 맺어준 커플'은 "화려한 노래와 춤은 물론이고, 발리우드의 인기배우 샤룩 칸이 출연한다니 당연히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현실을 위로하는 영화"라며 관람을 권했다. 황씨는 "세상에서 낙오된 이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삶에 대한 성찰이 기대 된다"며 클레이메이션 '메리와 맥스'(감독 애덤 엘리엇)를 추천했다.
조씨는 대중을 위한 작품으로 '공기인형'을, 정씨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각각 추가로 추천했다. "늘 기대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조지훈), "조쉬 하트넷의 내한소식만으로도 가슴 설렐 여성이 적지 않을 것"(정우정)이라며 권했지만 매진이 이어지고 있어 표를 구하긴 힘들 듯 하다.
프로그래머 개인의 눈으로 보고 싶다면
4인의 프로그래머는 개인적으로 정말 보고 싶은 영화 7편도 소개했다. 황씨와 정씨는 폴란드 음악영화 '밴드명: 올 댓 아이 러브'를 함께 추천했다. "보수적 권위에 반기를 든 펑크음악과 폴란드 자유노조 운동의 조합이 궁금한 영화"(황혜림), "음악을 통해 정치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정우정)라는 것이다. 황씨는 몽골 감독 비암바수렌 다바아의 '칭기스칸의 두 마리 말'을, 정씨는 미국영화 '우리집 강아지 튤립'(감독 산드라 피어링어 등)을 각각 추가로 꼽았다.
권씨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장편영화 데뷔작 '카페 느와르'와 이탈리아 영화 '승리'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감독 대부분이 보고 싶어할 영화"('카페 느와르'), "이탈리아 영화의 현대성을 일깨워 준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신작"('승리')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씨는 "감각적인 편집과 박력 있는 사운드가 할리우드 영화 이상의 박진감을 선사한다"며 이스라엘 영화 '레바논'(감독 사무엘 마오즈)을, "최근 본 가장 흥미로운 성장 영화"라며 벨기에 영화 '개 같은 인생'(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을 추천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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