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은 예상보다 조용하게 끝났다. 의석 수의 벽에 가로 막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표결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보다 아예 퇴장해버리는 쪽을 택했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일부 무소속 의원들만 참여한 투표는 16분 만에 종료됐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출신 의원들은 끝까지 투표 방해 액션을 취했지만, 거친 충돌이나 소란은 없었다.
오후 2시30분 본회의가 개의된 직후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 후보자 임명동의 찬반 논쟁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도덕성 의혹을 거듭 상기시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의 양심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민주당 최재성 의원), "국회가 임명 거수기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의 주장을 하며 인준 반대론을 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세종시특별법 국회 처리를 보류시킨 야당(민주당)이 정 후보자를 질책할 자격이 있느냐"(권경석 의원), "결정적 하자가 없다"(나성린 의원) 고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오후 3시 3분 김형오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상정하자 민주당 홍재형 노영민 양승조 의원, 자유선진당 류근찬 권선택 이상민 의원 등 충청권 야당 의원 15명이 단상 앞으로 나가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더 하겠다고 요구했지만 김 의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3시11분 투표 시작을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안돼" "동의할 수 없어"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3시15분 야당 의원들은 사전에 계획한대로 집단 퇴장했다. 본회의장에 남은 충청권 의원들은 투표함 입구를 손으로 막아 표결을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시 27분, 김 의장은 표결을 종결시켰다. 김 의장은 이어"출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64표, 반대 9표, 기권 3표, 무효 1표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가결됐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한나라당 의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에 앞서 여야는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의총을 소집하며 표 단속을 했다. 이날 소속 의원 167명 중 165명이 표결에 참여하는 등 '단결'을 과시했다. 야5당은 본회의 직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비리 백화점 정 후보자 자진 사퇴" "세종시 원안 통과" 등을 외쳤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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