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대 최대 비중을 차지한 보건ㆍ복지 분야다. 친(親)서민 정책 기조를 우선적으로 이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경제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정부의 고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년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게 될지 짚어봤다.
■ 역대 최대 비중, 복지예산
정부는 내년 복지(보건ㆍ노동) 분야 지출을 8.6% 늘렸다. 총지출 증가율(2.5%)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이다. 또 총지출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인 27.8%이다. 금액으론 올해보다 6조4,000억원 많은 81조원이다.
복지예산은 주로 저소득ㆍ서민층의 생활과 주거 안정, 일자리를 늘리는 데 사용된다. 우선 내년 7월 중증장애인 연금제도가 도입돼, 최저생계비 150% 이하 소득계층 33만명에게 9만~15만원까지 지원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163만2,000명으로 확대된다. 올해보다 4만6,000명 늘어난 규모로 지원금이 1,000억원 늘었다.
또 소득하위 70% 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둘째 자녀부터 보육비 전액이 지원되는데, 156억원이 투입된다. 맞벌이 가구의 보육료 지원기준도 부부 합산소득 기준 월 498만원 이하로 완화된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도입된다. 소득 70% 이하 가정의 자녀 중, C학점 이상의 희망자가 대상이다. 이 밖에 보금자리 주택 18만가구가 공급되고, 공공부문에서 5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희망근로사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10만명 수준으로 대상이 축소돼 유지된다.
■ 미래 성장 엔진, R&D 예산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보험'의 성격을 지닌 연구개발(R&D)에 13조6,000억이 지출된다. 전년 대비 10.5% 증가한 규모다.
R&D 예산에서도 기초ㆍ원천 분야의 투자 증가율이 눈에 띈다. 기초연구 투자비중은 현재 29.3%에서 내년 31.3%로 높아지고, 새로운 견인차 산업인 그린카, 정보기술(IT)융합, 로봇, 부품소재 산업 육성 등에 1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면역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도 150억원으로 올해보다 4배 가량 늘어나고,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 등 우주항공분야에도 1,044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 외교ㆍ통일 예산도 국격에 맞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개최 등 날로 높아지는 국가 위상에 걸맞게 외교 분야의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 총 3조4,000억원. 절대 규모는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증가율은 14.7%로 가장 높다. 국가 위상 및 경제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기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를 국민소득의 0.13%로 확대하고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분담금 1,978억원 등 국제기구 분담금으로 3,655억원을 납부키로 했다.
현지 전문인력 226명을 확충해 재외공관 역량을 강화키로 했고 자원ㆍ에너지 외교 강화에 100억원이 투입된다. 또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위한 특화사업 지원에는 835억원이 쓰이고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수준인 1조218억원으로 책정됐다.
■ SOC 예산은 올해와 비슷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대폭 증가됐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규모는 적정 수준으로 조정돼 올해 본예산과 비슷한 24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다. 0.3% 증가한 수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수자원 분야에 들어가는 3조5,000억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도로공사 1조원, 철도시설공단 9,000억원, 수자원공사 3조2,000억원 등 공기업과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재정투자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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