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를 통틀어 회사 혹은 직원간의 사이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 식품업계입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만들다 보니 잘 해야 본전이고, 한번 실수라도 하게 되면 '공공의 적'으로 몰려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늘 공동으로 대응하던 것이 이런 끈끈한 관계를 유지시키는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아토피 과자파동, 멜라민파동 등 잇따른 악재를 겪었을 때도 업계가 똘똘 뭉쳐 사태를 대처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식품업계가 '설탕 완제품 관세'문제를 두고 대립하면서 서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 SPC그룹 등 많은 식품업계가 참여하고 있는 대한제과협회는 28일 설탕 완제품의 관세를 인하해 달라는 건의서를 관계당국에 제출했습니다. 협회는 건의서에서 밀가루(완제품) 4.2%, 대두(완제품) 5.4%, 대두 3%의 관세가 붙는 데 비해, 설탕 완제품의 관세는 40%나 돼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특히 비슷한 설탕의 원료인 원당에 붙는 관세는 3%에 불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오히려 제당업체가 이를 악용, 가격담합 등을 통해 이익챙기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과업계에 원당을 공급하는 제당업계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으로 구성된 제당업계는 일본 314%, 유럽연합 260%, 미국 125% 등 선진국들도 우리보다 높은 관세로 자국시장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당업계는 반대로 제과업계가 관세율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보다 싼 값에 해외에서 설탕을 공급받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결국 해외 수출업자의 가격덤핑으로 이어져, 품질이 인증되지 않은 '싸구려 설탕'이 들어와, 국민의 건강을 해칠 거라는 거죠.
양 업계의 그럴듯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주위에서는 식품업계가 몇 차례 경제위기와 식품파동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식품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져, 좀처럼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탓에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모적인 다툼보다는 합리적인 답안을 도출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을 합쳐 헤쳐나가는 사이 좋은 업체들이었고, 앞으로도 쭉 그럴테니까요.
한창만 산업부차장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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