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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해법 없나/ "눈물부터 닦아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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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해법 없나/ "눈물부터 닦아줘라"

입력
2009.09.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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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총리 임명 후 첫 과제로 용산 방문을 꼽으면서 9개월을 끌고 있는 용산참사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총리가 용산을 방문하더라도 정부가 쉽게 개입하기 어려운 철거민 보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에서 용산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정 총리 입장에서 빈손으로 용산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단 유족 측과의 '대화 채널'이 가동되는 선에서 해결의 단서가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신망이 높은 인사들로 중재단을 꾸려 유족 보상 문제를 비롯해 재개발 정책 전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팽팽히 맞선 유족과 정부

유족 측을 대변하는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범대위)가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핵심적인 사항은 정부의 사과, 철거민 생존권 대책 마련, 수사기록 공개(화재원인 규명) 등 3가지다. 하지만 내용상 어느 것도 정부가 선뜻 응하기 어려운 요구들이다.

우선 사과의 문제와 관련, 정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에서 "원인이 어디 있든지 간에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를 8개월이나 방치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전향적 유감 표명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도의적 사과를 넘어 구체적 책임을 시인하는 실질적 사과를 할 지는 미지수다. 범대위가 주장하는 경찰의 과잉 진압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일단락됐고, 화재 또한 농성 철거민 때문에 발생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온 마당에 정부가 이를 뒤집고 먼저 나서서 사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 후보자 역시 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와 다르지 않은 인식을 보여줬다. 범대위가 어느 정도의 수위에서 사과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 공개를 통해 용산참사 화재 원인을 다시 규명해야 한다는 범대위측 요구도 쉽게 해법이 나오기 어려운 대목이다.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란 점에서 정부로서도 액면 그대로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역시 정부가 곧장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다.

핵심 쟁점은 철거민 생계 대책

하지만 이 같이 팽팽히 맞선 쟁점의 경우 범대위와 정부간 일종의 "명분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질적인 문제가 풀릴 경우 명분 문제는 의외로 실마리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범대위가 맞서고 있는 핵심적인 쟁점은 결국 보상 문제, 특히 철거민 생계 대책이다. 범대위가 정부나 서울시, 재개발조합 등에 요구하는 보상 내역은 크게 ▦사망자 보상금 및 장례비용 ▦철거민 생계 대책 등이다. 재개발조합측이 이미 희생자 5명에 대한 사망보상금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금 등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희생자 유족에 대한 보상 문제는 타결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용산4구역에 잔류 중인 상가 세입자 23세대의 철거 보상 문제다. 바로 용산참사의 시발점인 상가세입자 보상비 문제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용산참사 희생자 다섯 가족 중 두 가족 역시 이곳 세입자다.

범대위는 철거민들의 생계를 위해 ▦철거기간 재개발구역 안에 임시상가 설치 ▦재개발 뒤 세입자들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상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조합과 세입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로, 정부가 개입할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보상금을 받고 이미 떠난 다른 상가 세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중재단 구성, 근본 대안 내놓아야

범대위의 철거민 보상 요구를 "집단 이기주의"로만 보기는 어렵다. 재개발 과정에서 상가 세입자들의 낮은 보상비가 지속적인 재개발 갈등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보상 문제만이 아니라, 재개발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며, 당장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재개발 정책의 잘잘못을 가려보겠다는 약속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현재의 재개발정책 아래서는 설사 용산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제2, 제3의 용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재개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정부가 어려운 계층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국정철학에 맞춰 포용하고 배려하는 손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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