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와 경기 동탄 등 신도시의 대형 아파트만을 골라 다니며 수십억 원대 금품을 털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8일 서울 압구정동 H아파트와 잠원동 L아파트 등 고급 아파트 단지만을 돌며 30억대 금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김모(42)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소모(31)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들이 훔친 귀금속을 장물로 팔아 넘긴 김모(26)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18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광장동 W아파트 A(72)씨 집에서 다이아반지 등 9,000만원 가량의 금품을 훔치는 등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파트 52곳에서 3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케이블을 타고 내려가거나 1층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베란다 창문을 통해 침입한 뒤 스스로 제작한 도구로 금고나 보석함을 부수고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스스로가'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이면 가스배관을 타고 아파트 1층부터 10층까지 올라가고, 아무리 단단한 자물쇠를 채워도 1분이면 개인금고를 열 수 있다'며 실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주범 김씨는 청송감호소 복역 중에 만난 절도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대도 조세형보다 내가 더 아파트를 잘 턴다. 부자들 사는 아파트는 내 금고나 마찬가지다"라며 공범을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에는 의사와 변호사, 중견기업 회장, 연예인 등 부유층이 대부분이었으나 피해사실을 축소하거나 부인한 경우가 많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가정의 절반이 도난 사실을 부인했고 피해액을 8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춰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며 "실제 이들이 훔친 액수는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훔친 물품을 절반 이하 가격에 장물아비와 중고시장에 팔아 현금화했으며, 귀금속은 직접 세공까지 해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필리핀 원정도박을 갔다가 전액을 탕진한 채 귀국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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