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건국 60년 니하오, 슈퍼차이나] <2>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종착역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건국 60년 니하오, 슈퍼차이나] <2>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종착역은

입력
2009.09.28 23:45
0 0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개혁개방이후 30년간 중국은 현실주의적'통섭'의 사유방식을 통해'붉은 자본주의(Red Capitalism)'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실험했다.

시장에 대한 중국의 통제와 감독체제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른바'베이징 컨센서스(北京共識)'가 세계의 새로운 주목을 받는 국가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니다. 방대해진 중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은 세계와의 일체화를 더 한층 요구하고 있고 시장경제체제의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하지만 경제가 빠르게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등 사회갈등 요인의 폭발성이 커지는 상황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중국은 어떤 경우라도 상당기간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고 통제하는'그레이 캐피털리즘(회색 자본주의)'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사회안정이야 말로 중국 공산당의 최대과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만 회색 자본주의를 견지하더라도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서구식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장점을 충분히 '통섭하는'실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중국 상하이(上海) 금융가가 위치한 푸동(浦東) 경제특구 루자주이(陸家嘴)에는 연말께 미 뉴욕 월가(街)의 황소동상 보다 2배가 큰 6톤 규모의 상하이식 황소동상이 들어선다. 28일 이 곳에서는 때아닌 구조조정과 통폐합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상하이 현지 국유기업인 대형 A증권사가 소형 B, C 증권사를 합병하고, 중형 보험사인 D사가 또 다른 E사와 1:1 자본 통합에 나선다는 등의 관측이 쏟아졌다. 상하이에서 만난 현지 금융인들은 합병 열풍 속에서 불어 닥칠 구조조정의 칼 바람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크고, 더 강력하며, 더 전문성이 높아질 새로운 금융기관의 탄생에 대한 기대감과 변화에의 열망을 한층 더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즉 시장주의적 감성이 넘치고 있었다.

2020년까지 상하이를 뉴욕과 같은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아래 중국은 금융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대단위 실험에 돌입했다. 상하이국제그룹(上海國際集團) 등 현지 국유독자기업과 안신눙바오(安信農保) 등 16개 금융기업들을 정부주도하에 통폐합, 자산규모 수 조 위안에 달하는 금융지주회사 형식의 초대형 금융그룹을 육성키로 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타이바오그룹(太保集團)과 창장보험사 등을 미 AIG와 같은 최고의 위탁형 전문 양로보험회사로 키운다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모두 상하이를 국제 금융허브로 건설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설계도면들이다.

상하이의 복안은 국제수준급 토종 메이저 플레이어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상하이 금융시장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내겠다는 '두 마리 토끼잡기'방식이다. 판도 짜고 경쟁력 있는 선수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이 같은 초대형 금융그룹을 10년 안에 전국적으로 최대 6개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류홍쥔(陸紅軍) 상하이국제금융학원장은 "상하이는 향후 10년내 글로벌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위해 최근 대외시장 개방과 관련한 30여개의 개혁 조치를 단행하고 토종 초대형 금융그룹을 만들고 있다"며"금융부문에서 또 하나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청사진 대로라면 2020년께 상하이에서는 중국 토종 금융그룹들이 씨티그룹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함께 어깨를 견주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 위해 중국 금융그룹들은 금융지주회사 형식을 갖춰 소유구조의 투명성과 운영상의 독립ㆍ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기업공개(IPO)와 자산교환 등의 방식을 통해 증권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자본주의식 경제구조에 적합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HSBC와 지멘스 등 다수의 다국적기업들은 상하이 증시상장을 위해 내년부터 IPO에 뛰어들 태세다.

매년 평균 10여개 다국적기업들의 상장이 이뤄지면 2020년께 상하이 증시는 홍콩에는 못 미치지만 어느 정도 국제적 위상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이 들어선 길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포기로 이어질 것인가.상하이가 국제적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보다 국제화된 금융인프라 조성과 자본시장개방, 금융규제 개혁 등이 요구된다.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통폐합을 이끌고 최대주주로서 남아있지만 금융시스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이다.

최근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격상시키려는 국제화 바람도 중국 경제체제의 전환을 추동하는 요인이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의 줄리아 룽(梁鳳儀) 재경사무국 부국장은 "중국의 환율제도는 사실상 ㅊ壙陸┎臼?있다"며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10년 이상의 기간을 통해 국제화를 이뤄야 하는데 홍콩은 상하이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 중국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에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지만 그렇다고중국이 체제전환이라는 엄청난 정치ㆍ사회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체제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변용한 중국 특색의'그레이 캐피털리즘(灰色資本主義)'은 앞으로 최소한 10년 이상은 유지될 것이다. 다만 위안화의 국제화와 상하이 금융허브 건설이 이뤄질 10년 후에는 최소한 정부의 외환 개입 등 통제시스템은 유지되기 힘들 전망이다.

상하이·홍콩=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 상하이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쉬밍치 부소장

"중국 정부는 한마디로 거대한 기업이다. 지방 성(省)정부도 기업과 같이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경제적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인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중국인은 천성적으로 시장주의 근성이 강하다. 시장주의가 모두 자본주의는 아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시장경제는 발전할 수 있다. 그것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불리는'그레이 캐피털리즘'이다."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의 슈밍치(徐明棋ㆍ사진)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8일 상하이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경제의 특징을 이렇게 강조했다. 정부가 주도해 시장을 관리ㆍ통제하지만 시장주의적 경제시스템을 갖추고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그는 "성장과 분배 어느 쪽도 등한시할 수 없는 중국의 특성상 시장경제가 발전하고 개방ㆍ국제화가 이뤄지더라도 사회주의적 색채는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체 경제규모가 2030년께 미국을 앞질러 세계1위에 오른다는데.

"통계와 숫자의 장난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직 3,000달러 수준으로 세계에서 100위권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에 걸맞게 사회복지와 의료, 교육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이를 위해 지속적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00년에 가야 중국도 선진국 수준에 진입할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하는데.

"경쟁은 효율성을 높여주고 시장경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경쟁력 높은 다국적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와도 단번에 광대한 중국시장을 독점할 수는 없다. 중국기업들도 이들과 공평한 경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고 생존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의 시장주의체제는 다른 선진국과 다를 바 없다."

-금융위기 이후 '베이징 컨센서스'가 주목 받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세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중국은 나름의 경제환경과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각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니 그에 맞는 시스템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각 나라가 각자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경제체제를 갖춰야 국가적으로 진정한 컨센서스가 이뤄질 것이다."

■ 슈밍치 부소장 : 상하이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중심 주임, 중국 세계경제연구학회 상무이사, 세계경제이론ㆍ국제금융체계ㆍ시장구조ㆍ외환이론 등의 전문가

상하이=장학만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