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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로게이트

입력
2009.09.2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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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역사는 SF영화를 '매트릭스' 시리즈 전과 후로 나눌 듯 하다. 2000년대 제작된, 사이버공간을 배경으로 한 숱한 SF영화들에게 '매트릭스' 시리즈는 영감을 부여한 구루이자 극복해야만 할 높디 높은 산이다.

'써로게이트'는 사이버공간을 직접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써로게이트'라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서 모든 외부활동을 한다는, 그래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미래사회에 대한 서술은 사이버공간에 대한 은유라 할 수 있다. 기계를 통해 안락한 삶을 도모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을 추구하는 집단간의 대립도 기시감을 불러낸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통해 철학적인 성찰과 시각적 쾌감의 꼭짓점을 경험했던 관객들에게 '써로게이트'의 이야기가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이유다.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15년 만에 발생한 살인사건 수사에 나선 FBI 요원 그니어역을 맡은 브루스 윌리스에 있다. 살인사건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고, 써로게이트를 개발한 캔터 박사의 생과 연계되어 있음을 그니어가 파헤치는 과정은 윌리스의 연기를 통해 강한 활력을 얻는다. 영화는 윌리스의 아우라에 힘입어 디지털의 차가운 정교함 대신 아날로그의 뜨겁고 투박한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속 그니어는 써로게이트 뒤로 숨어버린 아내에게 말한다. "심장이 뛰고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오랜만에 심장 뛰는 제 역할을 맡은 윌리스의 동작 하나하나에 자연히 눈길이 가는 영화다. '터미네이터3: 기계들의 반란' 등의 조너선 모스토 감독. 10월 1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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