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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2> '아리랑' 민족의 노래, 세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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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2> '아리랑' 민족의 노래, 세계의 노래

입력
2009.09.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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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명절이 다가오면서, 옛 중국의 역사책들에 전하는 우리 민족의 명절 풍속을 떠올린다. 한민족은 그 옛날부터 모두 노래 부르고 춤추기를 좋아하며, 특히 씨뿌리기를 마친 오월과, 농사가 끝난 상달이면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 가무음주하며 밤낮을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 명씩 모두 일어나 서로 따라가며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자세를 높였다 낮추었다 하는데, 손발이 함께 잘 어울렸다고 했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춤에 맞추어 부른 노래는 '쾌지나 칭칭나네'나, 한민족이 어디서나 부르는 '아리랑'과 같은 그런 돌림노래였을 터이다.

이런 역사 기록은 천 년도 더 지났을 지금 읽어도 머리에 그 풍경이 방불하게 그려지는 한민족의 노래와 놀이의 모습일 터이다. 몇 년 전 근대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여 아테네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는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아리랑' 노래에 맞추어 공동 입장을 했다.

남북이 한 민족임을 이 노래로 다시 알린 것이다. '아리랑'은 이렇게 갈라지고 흩어진 한민족을 감동으로 묶어주는 민족의 애국가로, 세계의 노래로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꾼 장사익은 자기의 대표곡의 하나로 '아리랑'을 부를 때에는 꼭 '애국가'를 부른다고 하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하는 후렴구에서는 당연히 청중들도 끌어들여 흥을 돋구기 마련이다.

이런 장사익의 아리랑을 따라 부르면 나는 영락없이 눈물이 난다. 그리고 만주벌에 말달리며 불렀다는 독립군 김 산의 아리랑은 그 스스로 말하듯이 정말 슬픈 노래다.

그러나 '아리랑'은 생각하면 기쁜 노래다.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를 따라 내가 부른 아리랑, 그리고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눈물의 4강을 이루며 함께 부른 아리랑은 누가 뭐래도 기쁜 노래였다.

벌써 20여 년 전에 일본 민속학회의 회장인 노 교수와 함께 남한 각지를 여행했을 때, 이 이웃나라 민속학자가 한국 노인네들에게 묻는 질문이 꼭 한 가지 있었다. "아리랑은 슬픈 노래예요? 기쁜 노래예요?" 그런데 그 대답은 거의 모두가 "아리랑은 기쁜 노래"라고 했다.

그렇다. 지금도 백두산이나 고구려 유적 답사에서 조선족 냉면집에 들를라 치면 냉면 한 그릇 먹고도 뒤풀이는 으레 아리랑을 부르며 춤 한 바탕 추고야 끝나는 조선족 아낙네의 흥겨움과 만날 수 있다.

세계 125개 나라에 흩어져 사는 교민사회 모두 '조국의 노래'로 부르고 있는 노래,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상을 '아리랑상(Arirang Prize)'으로 정한 이름. 이 '아리랑'은 민족의 노래이며, '역사의 노래'이며, '노래의 역사'가 되었다.

이런 우리 노래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아리랑 박물관을 세워 세계화 할 때가 아닌가? 이 추석 절에도 민족의 노래 '아리랑'은 금강산에서 남북 가족 상봉으로 울며 웃으며 민족 통일을 노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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