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외교 무대에 첫 데뷔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과거사 직시, 동아시아공동체 구축 등을 강조하며 아시아 외교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자민당 정권의 자위대 전진 배치 계획을 재검토키로 하는 등 그가 강조해온 주변국 배려 외교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새로운 일본의 메시지'의 하나로 민주당 정권 공약인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과 깊은 관계 없이 일본의 발전도 없다"며 "열린 지역주의라는 원칙에서 지역 안전보장의 위험을 줄이고 경제의 역동성을 공유하는 것은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은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서 기인한 역사적인 사정도 있어 (아시아) 지역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주저했다"며 "새로운 일본은 역사를 넘어 아시아 각국의 가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무역협정, 금융, 통화, 에너지, 환경, 재해구제 등의 분야에서부터 함께할 수 있는 나라끼리 한발씩 협력해 나가는 연장선에서 동아시아공동체가 모습을 드러낼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앞서 이명박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민주당 정권은 "역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며 일본의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 계승 의지를 거듭 밝혔다.
아시아 외교의 구체적인 모습은 방위 정책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새 방위성 장관은 24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 영해에서 멀지 않은 요나구니(與那國)섬의 육상자위대 배치 계획과 관련해 "아시아 각국과 연대해 가겠다면서 쓸데 없이 주변국을 자극하는 시설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긴급하게 그런 것을 할 정세는 아니다"며 철회 의사를 표시했다.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멀지 않은 일본 최서단의 섬이다. 자민당 정권은 중국의 동중국해 군사력 증강에 대항해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시의 육상자위대 제1혼성단(1,800명)을 올해 말까지 약 300명 증원해 여단으로 격상한 뒤 이 여단에서 요나구니섬에 부대를 배치하고 레이더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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