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결국 투쟁보다 실리를 선택했다. 1987년 설립 이후 22년 동안 단 한 차례, 1994년을 빼고 파업을 연례행사로 삼던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어제 새 지부장으로 중도 실용주의 성향의 후보를 뽑았다. 이념과 명분에 집착하는 과거의 관념적 정치투쟁의 낡은 노동운동의 틀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경훈 당선자도'전진하는 현장 노동자회'출신으로서 조합원과 소통하는 현장중심, 대중중심, 주민과 상생하는 지역중심의 노동운동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현장을 무시하는 잘못된 금속노조를 확 바꿔 우리 몸에 딱 맞는 한국적 금속 산별 노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장 금속노조가 일방적으로 가져간 교섭권, 단결권, 체결권을 받아내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이 이런 변화를 거부한다면 결별할 뜻도 비췄다.
현대차 노조의 선택은 쌍용차 노조 파업에서 보듯 민노총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강경투쟁, 정치투쟁만 하다가는 고용마저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는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7월 현대차지부 산하 정비위원회가 조합원의 의사와 달리 사업장 별 노조를 지역지부로 전환하려는 금속노조에 반발해 탈퇴를 결의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노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상징성에 비춰볼 때, 현대차 노조의 새로운 선택은 우리나라 전체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3개 공무원 노조의 통합과 민노총 가입으로 자칫 주춤할 뻔한 실용주의 노동운동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국제사회에 비친 한국의 노사관계 이미지를 개선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 동안 현대차는 세계 4위의 자동차 생산업체라는 명성에 부끄러운 노사관계, 노동운동의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부터라도 그 오명을 씻고 세계적 기업에 걸맞은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난 노동운동을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