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성 지음/박이정 발행ㆍ전2권
"30년 전 골동품점에서 광해군 시대의 필사본 한 권을 샀는데 거기 일본 사신이 서울로 가는 세 갈래의 길이 적혀 있었다. 추풍령, 조령, 죽령의 이 옛길은 오래 뇌리에 박혀 있었다. 가능하면 내가 안 가보고 제일 먼 길로 부산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400년 전에 기차도 버스도 없던 시절의 역원을 찾아서 보부상처럼 걷다 보면 무엇인가 모르고 살아온 내 다른 면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문사 기자, 고교 교사 등을 지내다 은퇴한 양효성(63)씨가 서울에서 죽령을 넘어 부산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 영남대로 경사좌로(京師左路)를 걸으며 쓴 일기를 책으로 냈다. 학교를 그만둔 뒤 할아버지이기엔 억울했고 아저씨이기도 어색했다는 저자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고도와 기압, 온도를 잴 수 있는 시계와 만보기에 사진기, 대동여지도 등을 갖추고 서울 광화문 도로원표를 출발한 것은 2005년 10월 11일. 지금 지명으로 팔당, 여주, 원주, 단양, 풍기, 안동, 의성, 경주, 울산을 거쳐 부산에 이르는데 그냥 경치 구경만 한 게 아니라 그 길에 있었다는 조선시대 역 31곳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옛 역의 정확한 자리를 찾기 어려워 시청, 군청, 면사무소 등에서 자료를 얻고 지역 공무원과 학예연구사, 촌로, 주막집 아주머니, 택시기사 등과 이야기했다. 그것들이 더해져 책에는 역 주변의 풍경과 지역의 역사 및 문화, 옛 이야기, 사람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 특별한 추억 등이 담겼다.
글은 과장되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으며 가끔은 은퇴한 그의 심정을 투영해 사색적으로 변하는데 이런 식이다. "팔당역은 쓸쓸하다. 그 적막이 나를 부르곤 했는데 그때의 그 적막은 의연함이 있었지만 고가도로 뒤에 움츠린 강변역은 폐가처럼 을씨년스럽다. 나는 한참이나 청춘의 상실을 맛보면서 울고 싶었다."
부산을 거쳐 일본 쓰시마섬(對馬島)까지 발길을 더해 2개월이 조금 지난 12월 14일 여행을 끝낸 그는 한 가지 작은 생각을 얻었다. 시간을 두고 자주 길을 왕래하면 자연히 풍속의 차이를 이해하고 언어와 음식에 맛이 들기 때문에 지역감정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1권 248쪽, 2권 372쪽. 각 1만2,000원, 1만5,000원.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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