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는 1992년 8월생으로 올해 17세다. 93년생인 박정환(4단)과 김지원(초단)을 제외하고는 국내 프로기사 239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바둑을 배운 건 6세 때부터. 산만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어머니가 동네 바둑교실에 보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부천시로 이사해 홍민표 7단의 부친이 운영하는 바둑교실로 옮긴 것을 계기로 프로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김승재의 기재를 알아본 홍 7단의 부친이 본격적으로 바둑 공부를 권했던 것.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4년 6월 서울의 신흥 명문 바둑도장으로 부상하고 있던 양천대일로 옮겼고 그해 8월 한국기원 연구생 10조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2006년 12월 14세의 나이로 입단에 성공했다. 연구생이 된 지 불과 2년반 만이다. 최근 연구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 갈수록 입단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입단 후 2007년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에서 준우승했고 작년에는 오스람배 신예연승최강전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로 2년째 한국바둑리그 본선에서 활약하는 등 정상급 기사로 가는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올해부터 각종 기전에서 맹활약하면서 명인전을 비롯, 비씨드배 LG배 농심배 바둑왕전 천원전 등 올해 열린 10개 국내·외 기전 가운데 무려 6개 기전에서 본선에 올랐다.
올해 성적이 42승 12패(승률 78%)로 다승 부문에서는 김지석(53승 13패·승률 80%) 최철한(44승 14패·승률 76%)에 이어 3위, 승률 부문에서는 2위를 달리고 있다. 랭킹도 연초 43위에서 계속 올라 9월에 19위였는데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0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 같다.
김승재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그보다 끈질긴 노력파다. 입단한 지 벌써 3년이 다 돼 가지만 요즘도 과거 연구생 시절과 다름없이 매일 아침 일찍 도장에 나가 하루 종일 바둑 공부를 하면서 지낸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안산시의 집을 나서 전철과 버스를 갈아 타며 서울 영등포동에 있는 도장에 도착하면 9시30분. 한 시간 가량 도장 근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 다음 본격적으로 바둑 공부를 시작한다.
하루 종일 기보 연구나 연습 대국을 하자면 무척 지루할 것 같은데 본인은 의외로 시간이 잘 간다고 한다. 그만큼 바둑에 푹 빠져 있다는 뜻이다. 저녁 9시에 공부를 마치고 다시 같은 코스를 거꾸로 돌아 밤 11시께 전철역에 도착하면 항상 어머니가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와 있다.
고교 졸업할 때까지는 이렇게 연구생 때와 똑같이 생활하기로 원장님과 약속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김희용 양천대일도장 원장은 "승재가 워낙 근성이 강하고 큰 승부에서도 전혀 떨지 않는 호랑이 가슴을 지녔다"며 "올해 명인전에서 반드시 큰 일을 해 내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소 성급한 예상이지만 만일 김승재가 결선 토너먼트에서도 연승 행진을 거듭해 마침내 우승까지 한다면 72년 19세에 명인위에 오른 서봉수의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과연 37년 만에 다시 '10대 명인'이 탄생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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