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스콰이어 지음·박수연 옮김/뿌리와이파리 발행·336쪽·1만5,000원
섹스라는 본능과 결혼이라는 제도와 사랑이라는 관념이 결합한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그리고 이 결합은 인류를 행복으로 이끌었을까.
는 창세기의 시대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헌에 나타난 성(性)과 가족제도에 대한 관념을 여성의 시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아슬아슬한 균형>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등을 쓴 작가로 "결혼생활 20년차"라는 아내이자 엄마다. 좋을> 아슬아슬한>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창세기 3장 16절)라는 성서의 말씀을 헤집는 것부터 시작해, 저자는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터무니없이 여성들에게 굴레를 안겨주는" 결혼제도의 문제점을 통박한다. 저자는 "섹스와 생식의 인과관계를 이해하지도 못했던 수십만 년"의 시간을 묘사함으로써 "부성은 절대적이고 모성은 거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관념의 그릇된 억압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문명이 시작되고 정치와 종교가 꼴을 갖춰가면서, 남성은 점점 여성을 억누르는 존재로 변모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는 중세의 귀족부인과 기사들의 위험한 불륜, 어처구니없는 마녀사냥 매뉴얼부터 현대의 섹스리스 부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발랄하게 엮여있다. 재치있는 입담을 통해 저자는 "아주 오래 된, 결혼이라는 괴물"의 정체를 까발린다. 성매매에 집착하는 아테네 남자들과 사도 바울의 결혼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결혼 제도의 부조리를 익살스럽게 비튼다.
서양사 속에 그려진 여성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신랄하다. "세상을 괴로움 속으로"(판도라) 몰아넣거나, "남자를 자유자재로 속이는 사기의 대가"(데릴라)이거나, "전쟁을 촉발시키는 요부"(트로이의 헬렌)이다. 저자는 이런 편견과 파국에 대한 두려움이 "가부장적 결혼제도, 정절에 대한 이중 잣대, 여성을 집에 가둬두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남성중심적 욕망이 투영된 결혼제도가 결국 남성까지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남성이 여성에게 느낀 황홀감"이 사라지고 대신 "영원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 "지배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받아들였다면, 그래도 조금은 결혼생활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것이 남성들을 향한 저자의 안타까운 말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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