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통신 요금 인하 방안은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됐던 초당 과금제를 전격 수용하는 등 이용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만한 내용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들이 시장 포화 상태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보조금 경쟁 등 과도한 마케팅 경쟁만 벌이고 요금 인하 노력은 게을리했다고 판단해 이용자들과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가계 통신비 20% 인하라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 사항도 부담이 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결합상품 도입 등으로 10%의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데 이어 이번 조치로 내년에 7,8%의 추가 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회에서 재판매제도(MVNO)가 도입되면 2~3% 더 인하 효과가 발생,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다. 우선 이번 인하 방안에 대한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이다. 매번 요금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가 개입한다면 이는 자유 시장경쟁 원리에 어긋난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이번 인하 방안은 불가피한 행정 지도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적극적 시장 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최대한 반영한 조치라는 뜻이다.
이와 함께 요금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장기적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메릴린치 등 해외에서 발표한 통신비 비교 자료들이 우리 실정을 정확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통위는 정부, 시민단체, 학계, 업체 등이 고루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요금 국제비교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내놓겠다는 것이 방통위 계획이다.
이통사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초당 과금제, 가입비 할인 등으로 매출은 줄어들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 이통사들은 이번 인하 방안으로 내년에 SK텔레콤 7,800여억원, KT 7,144억원, LG텔레콤 1,670억원의 매출 감소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들도 복잡해졌다. 과금제 방식이나 다양한 할인 제도 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만큼 개인별 형편에 맞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눈에 보이는 휴대폰 보조금 외에 요금제 구성과 할인폭 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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