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대구 스타디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스타팅 블록의 4번 레인에는 타이슨 가이(27ㆍ미국), 5번 레인에는 아사파 파월(27ㆍ자메이카)이 섰다. 가이는 기도하는 듯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몸을 풀었다. 반면 파월은 익살스러운 동작을 취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2009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열린 25일 대구 스타디움. 오후 8시45분께 '육상의 꽃' 남자 100m 레이스가 벌어졌다. '탕' 하는 출발총성과 함께 가이가 치고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파월이 역전했다. 가이의 출발반응속도는 0.118초, 파월의 출발반응속도는 0.136초.
약 5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둘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후 레이스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가이가 한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가이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우승을 자축했다.
가이의 기록은 9초94, 파월의 기록은 10초00. 이로써 88 서울올림픽 이후 무려 21년 만에 한국땅에서 100m 9초대 레이스가 나왔다. 한국에서 마지막 9초대를 찍은 선수는 88올림픽 때 칼 루이스(미국ㆍ9초92). 벤 존슨(캐나다)도 같은 대회에서 9초79를 찍었으나 금지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록이 박탈됐다.
경기 후 가이는 "경기 전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스타트만 잘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잘 됐다"며 "스타트는 좋았지만 30m까지는 고전했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를 되찾았다. 시즌 마지막 레이스치고는 괜찮은 기록"이라며 웃었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7ㆍ러시아)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4연패를 이루긴 했지만 기록은 4m60에 그쳤다. 1차 시기에서 4m60을 넘은 이신바예바는 바를 4m85로 높였지만 세 차례 모두 실패했다.
한편 한국선수 중에는 여자 멀리뛰기 정순옥(26ㆍ안동시청)이 단연 돋보였다. 정순옥은 자신의 최고기록에는 26㎝가 못 미쳤지만 6m50으로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순옥의 동메달은 대회 3번째.
대구=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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