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등 야권의 표결 연기 요구를 무릅쓰고 표결 처리를 강행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어제 긴급 회동에서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내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 한바탕 파란이 우려된다.
야당 측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 가운데 해명되지 않은 사항들이 있고, 소득 증가와 관련된 위증 혐의를 고발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게 아니라도 정 후보자는 도덕성에 상당한 흠집이 생겼다.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윤리의식이 국민의 상식과 기대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그가 과연 총리에 걸맞은 자격을 갖췄는지 회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틀 간의 청문회를 통해 각종 의혹이 드러났고, 도덕성 등 자질에 대한 검증도 웬만큼 이뤄졌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는 법에 정한대로 임명동의안 표결을 통해 논란을 매듭 짓는 것이 순서이다. 국민대표인 여야 의원들이 국민 여론과 건전한 양식에 입각해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맡겨야 한다. 야당 입장에서는 167석이나 되는 한나라당 의석 수를 고려할 때 표결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다고 헌법상 절차인 임명동의안 처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야당이 임명동의안 본회의 상정과 표결을 실력으로 저지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국민은 이유가 무엇이든 국회에서 또 다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충돌을 주도하는 쪽이 여론의 화살을 맞게 돼 있다. 야당도 이제 국회 절차를 지키며 당당하게 주장을 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운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그대로 남아 총리 자신과 대통령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여든 야든 눈앞의 유ㆍ불리만 따질게 아니다. 멀리 내다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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