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김중겸(金重謙) 사장은 매달 마지막 주가 되면 옷가방을 꾸린다. 올해 3월 18일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후 '현대건설 지속성장의 씨앗'을 보기 위해 매달 해외출장 길에 올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가도 힘에 부칠 것 같은 해외출장을 그토록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사장은 무엇보다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김 사장은 현대건설이 '글로벌 톱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면 발주처 및 협력사 관계자, 그리고 진출국의 고위 관료 등 그 누구와도 만난다. 김 사장이 올해 4월부터 찾은 나라는 10여 곳에 이른다. 4월 중동지역(카타르,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5월 동남아지역(싱가포르, 베트남, 스리랑카 등), 6월 동남아지역(싱가포르, 인도네시아), 7월 중동지역(쿠웨이트, 사우디, UAE 등), 8월 일본 등이다. 김 사장의 글로벌 경영은 9월(리비아), 10월(유럽), 11월(미국, 중남미)에도 계속된다.
김 사장은 "세계 1등 기업이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했기에 오늘날 꼴찌 기업으로 전락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해외 쇠락 기업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으며, 현대건설이 무엇으로 '글로벌 톱 리더'가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 사장의 열린 소통경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해외 출장 중에 느꼈던 점 등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해 월례 조회 때 임직원에게 강의 형태로 전달한다. 그는 임직원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만들어 갈 때 현대건설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톱 리더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 사장은 9월 1일 조회에서도 김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잘나가는 상황에서도 항상 지속가능 성장과 발전을 위한 미래준비와 혁신적 사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회사의 장기발전 방향과 전략 수립을 위해 전력투구해 왔으며, 그 결과 '변화와 혁신'이야말로 지속성장에 필요한 가치임을 확인했다. 김 사장이 매달 해외출장 길에 오르는 것도 변화와 혁신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변화와 혁신은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에도 적용된다. 김 사장은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구매, 금융, 그리고 시공까지 아우르는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주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건설회사와 금융이 별개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금용 조달 능력도 건설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건설을 공사가 아닌 사업으로 접근해 공사를 기획ㆍ제안하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구매, 시공에 금융 조달까지 도맡아 하는 글로벌 디벨로퍼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수익성 중심의 사업추진과 고부가가치 공종 진출, 사업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글로벌 건설명가로서의 명성을 굳건히 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플랜트 건설을 일괄 수행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능력을 배양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그룹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9월 현재 사우디 카란가스처리시설 공사(13억6000만달러), 싱가포르 유류비축기지 공사(6억달러), UAE 아부다비 가스개발공사(17억200만달러) 등 총 37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인 매출 4조6,402억원과 영업이익 2,312억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1위 기업으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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