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지음/동연 발행ㆍ265쪽ㆍ1만7,000원
"가히 '십자가 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무슨 신학이나 교리적인 이유가 있을 리 없다. 무조건 드러내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27쪽)
<한국교회 건축과 기독교 미술 탐사> 의 저자 이정구(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신부는 "한국 교회 건축물은 대중이 선호하는 키치적인 정서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서울 근교 신도시의 대형교회 건축물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막론하고 국적이 불분명한 혼성모방적 서구양식으로, 영적 성찰은 뒷전이라고 질타한다. 한국교회>
그에 따르면 기성 교회들이 주변 환경과 조화 없이 대형화를 지향해온 것, 서양 선교사로부터 이식된 정복지향적인 선교신학, 서구 사대주의에 근간한 천박한 건축 양식에 대한 호감 등이 이 같은 조악한 건축술의 원인이다.
책은 한옥 양식을 적용해 1900년에 지어진 성공회 강화교회, 여백이 있는 서울 중곡동 성당과 동광감리교회를 한국교회 건축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자는 한국의 언어로 축조돼 한국 교회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후자는 여백의 미학이 적용돼 비우고 베푸는 종교의 의미를 잘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신자들에게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 건축물과 신앙을 연결지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목회자와 건축가들에게는 안내서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이 책을 쓴 취지를 밝혔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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