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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재정 건전성은 왜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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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재정 건전성은 왜 중요한가요

입력
2009.09.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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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들어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불황 탈출을 위해 정부가 씀씀이를 크게 늘리면서 나라살림의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개인도 재산보다 빚이 많으면 어려움을 겪듯이 국가 역시 마찬가지니까요. 학자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연일 걱정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재정건전성이 왜,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A. 재정이란 나라의 살림살이를 뜻합니다. 재정이 적자라는 얘기는 나라 살림에 있어서 받을 돈보다 줄 돈이 더 많아서 그 차이만큼 나라 빚을 얻어 메워야 한다는 뜻이죠. 재정 적자가 계속돼서 나라 빚이 자꾸 쌓이다 보면, 나라 살림살이의 건강 정도를 나타내는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됩니다.

재정 건전성이 왜 문제가 되나요.

정부의 재정은 소방차 안에 들어있는 물과 같습니다. 재정적자가 계속돼서 나라 곳간이 비어있다면, 소방차에 물이 바닥난 것이나 같지요. 물이 부족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출동해서 불을 끄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겠죠.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넘기고 있는 배경에는 건전한 재정이라는 소방차가 든든히 버텨주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소방차 안에 물(재정)을 넉넉하게 채워놓은 덕에 불(위기)이 났을 때 충분히 뿌릴 수 있었던 거죠. 반대로 재정건전성이 나쁘다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신속하게 불을 끄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나라 곳간은 어떻게 채워지고, 어디에 쓰이는 거죠.

가계나 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라의 살림살이에도 일정한 수입과 지출이 있습니다. 수입은 대부분 세금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에 국ㆍ공채에 의한 수입, 국유재산 매각 수입, 우체국과 같은 정부 기업의 수입, 기타 잡수입 등이 더해집니다.

지출은 공무원의 급여 지급, 재화 및 용역의 구입, 이자 및 보조금의 지급, 고정자산의 취득, 국ㆍ공채의 상환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이번 위기를 맞아서는 저소득층과 실업자 등에 대해 정부가 평소보다 여러 형태의 지원을 더 많이 해 주면서 지출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재정적자는 일반 국민들과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어 있는 곳간을 채우거나 나라 빚을 갚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거나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늘린다고 쳐 봅시다. 물건마다 붙는 부가가치세율을 현재 10%에서 11%로 올렸다면, 물건을 살 때마다 내 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가게 돼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정부가 지출을 줄일 경우에도 국민들의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쉽죠. 예를 들어 생활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은 물론, 정부가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결국 나라의 살림살이와 국민 개개인의 살림살이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라의 살림살이와 곳간의 상태를 평소 잘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해마다 정부가 작년에 쓴 돈에 대해서, 그리고 내년에 쓸 돈에 대해서 엄격한 심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우리나라 재정은 얼마나 튼튼한가요.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의 영향을 제외한 순수한 의미의 재정적자는 2008년도에 15조6,000억원, 국민총생산(GDP)의 1.6%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정부가 금융위기와 불황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재정적자 규모가 51조원로 GDP의 5.4%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도의 24.9조원(GDP 대비 5.1%)이래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재정건전성이 훨씬 나빠지는 셈이죠.

결국 재정적자는 국가채무 증가로 연결됩니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추가경정 예산을 감안한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366.9조원, GDP 대비 35.6%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이런 국가채무 규모는 2007년도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5.4%나, 마스트리히트 조약(풀어 읽는 키워드 참조)의 권고기준 60%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최근 그 규모나 비율이 급증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외국에서도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의 재정적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정은 2014년에 가서야 적자 상태가 해소되고 균형재정에 도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빚이 많은 개인이나 적자를 내는 기업은 신용이 나빠지고 주변 사람이나 은행으로부터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적자를 자주 내고 빚이 많은 정부는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져 급할 때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빚을 얻기 어려워집니다. 설사 빚을 얻더라도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고요. 그렇게 되면, 나라 경제는 불어나는 이자 때문에 더 어려워지게 되죠.

한 번 건강을 잃어버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것처럼 재정의 건전성도 훼손하기는 쉽지만 다시 복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세금을 더 걷고 지출을 더 줄이는 일은 보통의 정치인이나 국민이라면 찬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다음 세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지출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지출된 자금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며 나아가 세금을 더 걷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마스트리히트조약이란

1991년 12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의 유럽정상회담에서 합의되고 92년 2월 체결된 유로화 사용국 가입 기준. 유로존(EMU)에 가입하려면 한 해의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3% 이내, 국가채무의 잔액이 GDP의 60% 이내에 있어야 함. 또 이자율과 물가상승률, 환율 변동폭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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