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27일 이 회사 이국동(60)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을 주로 고객업체인 해운선사에 대한 리베이트로 쓴 것으로 보고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물류업계 리베이트 관행 전반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이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장은 대한통운 부산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1~2005년 당시 기획팀장 유모(구속ㆍ현 마산지사장)씨와 공모해 300여 차례에 걸쳐 8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사장이 지난해 4월 대한통운의 금호아시아나그룹 편입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또 다른 비자금을 조성해 그룹에 전달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한편, 검찰은 최근 동시다발적 대기업 수사가 표적수사나 기획수사가 아니라 부패수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수사로 방향을 잡아가는 언론보도에 이상하다고 느꼈다"면서 "범죄가 있으면 (어떤 유형이든) 다 수사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언론이 기업, 정치인 등이 범죄대상이 아니라 비리, 부패 등 범죄유형을 주목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비록 검찰이 '큰 그림'을 갖고 수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통상의 대기업 수사가 총수 개인의 비리나 정ㆍ관계 비리 수사로 이어진 만큼 수사의 불똥이 어느 곳으로 튈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 수사는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등이 수집한 다양한 비리 정보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가령 공개된 A기업의 비리는 파일 10개중 1개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는 이번 수사의 '입구'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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