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떨어뜨려봐도 됩니까?"
말레이시아 휴양도시로 유명한 페낭에 위치한 보쉬 공장 전동공구 충격시험라인. 반신반의하던 기자가 2m 높이의 허공에서 공구를 던진 후 1초도 안 됐을 때였다. '타당' 하는 소리와 함께 충전 스크류 드라이버가 공장 콘크리트 바닥에 강하게 부딪힌 뒤 몸체와 배터리 부분이 분리됐다. 드라이버는 이어 두어 번 더 튕긴 뒤 그대로 멈춰 섰다. 공장 관계자는 기다렸다는 듯 떨어진 몸체와 배터리를 다시 끼워 작동 버튼을 눌렀다.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드라이버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1994년 건립 이래 보쉬 전동공구 생산 거점지역으로 성장해온 페낭공장에서는 이처럼 모든 무선 전동공구를 출시할 때마다 실험을 고속카메라로 촬영, 충격 당시 장면에서 취약점을 찾아 보완하고 있다. 최악의 작업 조건에서도 견고함과 안정성을 자랑하는 보쉬(BOSCH)만의 자체 검열 시스템인 것이다.
독일계 전동공구 브랜드인 보쉬가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 무선 전동공구 시장에서 소비자 밀착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손이 작은 동양인들의 신체 특성을 감안, 손잡이 부분이 작은 '아시아용 전동공구'를 출시하는가 하면, 한국 지사의 경우 세계적인 규모의 조선회사 등과 손잡고 각 현장마다 필요한 공구들을 개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세계 경제불안 속에서도 보쉬가 아태지역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무선 전동공구 시장의 작년 한 해 매출은 전년대비 약 2% 줄어 80억 유로(한화 14조원가량)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북미시장의 위축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남미와 아태지역에선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갔다.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건 것은 무선 전동공구분야. 보쉬는 2003년 리튬이온 전지를 최초로 이 분야에 적용, 가벼운 휴대용 무선 공구시대의 막을 열었다. 무선 공구들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가져왔다.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3.6V급 드라이버에서 36V급 해머까지 유선공구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작업자들을 선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편리하고 가벼운 리튬이온 전지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과부하 시 폭발 위험이 남아 있었다. 보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의 과부하와 과열을 막아주는 전자셀보호장치(ECP:Electronic Cell Protection)시스템을 개발했다. 에너지를 농축해 니켈카드뮴ㆍ니켈수소 배터리 대비 40% 가볍고 400% 긴 수명으로 추가 구입 비용을 낮췄다. 소비자들이 유지비를 절약해 투자비를 상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클라우스 튜닉 아태지역 전동공구 사업부 부사장은 "한국인들은 제품의 질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품질과 혁신을 중시하는 보쉬야말로 시장 발전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며 "무선 전동공구분야의 지속적인 투자를 늘려 고객층을 두텁게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낭(말레이시아)=정지연 기자 zhir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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