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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희 기자의 책갈피] 책 만드는 業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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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희 기자의 책갈피] 책 만드는 業의 애환

입력
2009.09.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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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특별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은, 이 시기만이라도 책을 좀 읽자는 뜻에서일 것이다. 방학, 휴가가 끝나고 더위마저 물러났으니 이때가 책 읽기에 좋은 것도 사실이다. 출판사들도 여름보다는 가을에 책을 더 활발하게 만든다. 여름보다 한결 풍성해진 새 책들을 뒤적이다가 문득 이 책을 '만든'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을 만든 사람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역시 저자다.

하지만 저자 뒤에 있는 출판편집자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출판편집자는 어떤 책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 기획하고 저자를 발굴, 섭외하며 원고를 받아 우리가 읽는 책의 형태로 완성하는 사람이다.

이들 편집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할까. 얼마 전 나온 <책으로 세상을 꿈꾸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발행)를 읽으면 그들의 꿈과 애환을 볼 수 있다. 책 제목을 보면 편집자들은 책으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인 것 같지만 그들이 겪는 고충과 어려움은 여느 업종 종사자에 못지않다.

한 편집자는 "나는 정말 좋다. 행복하다.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해도 좋을 듯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나란 사람은 퇴근 후나 주말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니…"라며 일에 대한 생각 때문에 휴일도 휴일이 아닌 삶을 보여준다. 또 다른 편집자는 책 만들기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트렌드에 몸을 섞고 시장의 진리를 익혀 나가는 것도 좋지만 계속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책을 이런 식으로 빨리빨리 뽑아내다가 몇 년이 지나 우리 책이 과연 몇 권이나 살아 있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책을 만드는 일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착하디 착한 선남선녀의 일이 아니다"라는 한 편집자의 고백은, 그것이 약간은 과장됐을지 몰라도, 편집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심지어 한 편집자는 "베스트셀러의 후광은 연예인의 인기만큼이나 덧없고 덧없다"고 말함으로써 편집자의 꿈인 베스트셀러의 허망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듯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모두 좋은 책을 내야 한다는 책임과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편집자들이 이렇게 고민해서 책을 만든다니 독자들은 이번 가을, 잘 만든 책 한 권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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