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 사람뿐이라 하더라도"(277쪽)
장은진(33)씨의 장편소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문학동네 발행)는 소통에 대한 갈망을 다룬 소설이다. 소통의 매개는 '편지'다. 올해 제14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다. 아무도>
허름한 배낭에 MP3와 소설책 한 권을 넣고 와조라는 애완견과 함께 무작정 길을 떠나는 말더듬이 사내가 주인공. 소설은 여행 도중에 만난 이들을 향해 끊임없이 편지를 쓰는 사내의 여정을 따라간다.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을 사내는 숫자로 호칭한다.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109, 자신의 실수로 식물인간이 된 친구를 위해 시를 읽어주는 239, 자살을 결심한 32…. 답장 한 통 받지 못하지만 사내는 아프고 고독한 이들의 사연을 다른 이들에게 끊임없이 들려준다. 편지는 말하자면 타인을 위무하는 수단이면서 사내 자신의 존재근거이기도 하다.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사내의 사연이 드러난다. 완고한 수학교사인 어머니, 모범생인 형, 쇼핑중독자인 여동생,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발명가 아버지로 둘러싸인 그는 가족과 집을 떠나 다른 공간에 있을 때 자신의 말더듬이 증세를 완화할 수 있음을 알게된다.
전작 <앨리스의 생활방식> 에서 자발적 유폐를 택하는 여성을 통해 현대인의 색다른 소통방식의 가능성을 탐색한 장씨는 이번 소설에서는 너무도 '아날로그적'인 편지를 통해 소통의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앨리스의>
실제 작가는 휴대폰도 없이 쌍둥이 동생(소설가 김희진씨)과 함께 소설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소설은 작가 자신에 대한 위로이면서, 이메일과 휴대폰 같은 즉각적인 소통수단을 사용하면서도 외로움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을 향한 편지인 셈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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