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는 학부의 장벽이 전통적으로 높다. 경영대, 사회대, 법대를 비롯한 15개 단과대학이 '따로 지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서울대에서 단과대학간 장벽을 깬 체육대회가 194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열렸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것들을 누려온 대학, 그러나 이제는 변화의 시기에 있는 이 대학의 현실을 반영한 행사이기도 하다.
24일 오후 서울 신림동 서울대 캠퍼스 내 대운동장.
본부석에 내걸린'제1회 서울대 법ㆍ행ㆍ경 체육대회'플래카드 주변으로 간편한 스포츠 유니폼과 운동화 차림의 교수와 학생 200여명이 모였다.
법대, 행정대학원, 경영대, 사회대 경제학부의 4개 학부ㆍ대학의 교수와 재학생들이 서로 알고 지내자는 취지로 열린 친목 행사. 대학 공식 행사가 아니어서 휴강을 하지도 않았고, 누가 강제하지도 않았지만 전체 참석 가능 인원의 5분의 1 가량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경제학부는 붉은색, 법대는 흰색 하는 식으로 유니폼을 다른 색깔로 준비했다.
행사 직전의 서먹했던 분위기는 축구, 피구, 줄다리기, 장기자랑이 이어지면서 후끈 달아 올랐다. 여학생들이 나선 릴레이 달리기 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제는 강의실에서 타과 친구들을 만나면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김한빛ㆍ경영1)
"다른 학부 재학생들과 한 강의를 들으면서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사실상 없습니다. 행사가 저의 학교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강효석ㆍ경제3)
이 행사는 안태식 경영대학장이 경영학과와 경제학부의 두 학과 간 친목 모임으로 처음 기획했다. 안태식 학장은 "경영학과와 경제학부는 서울대가 1975년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울대 상대라는 같은 단과대학에 있었다"며 "최근 들어 학문적 연관성이 커지고 있는 법대와 행정대학원이 합류하면서 모임이 커졌다"고 행사 개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행사의 배경에는 서울대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와 도전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태식 학장은 "서울대 졸업생이 더 이상 서울대라는 이름에 편승해 지내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사회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도 이 행사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대 졸업생들이 자기 세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과의 장벽을 허문 모임과 스포츠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취지에서 안 학장은 8월 경영대 재학생들이 특전사에서 2박3일간 훈련을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캠프 훈련을 받고 나서 학생들이 위기 대응 능력과 리더십이 함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상승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교수 사회에서도 서로를 더 잘 알고 지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모임이 자주 열리면 학문간 융합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렬(법대), 김봉근ㆍ김선구ㆍ이철인(경제학부), 김수욱ㆍ채준(경영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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