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모바일 뱅킹(mobile banking)의 주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케냐 사람들은 이제 공과금을 내려고 은행에서 긴 줄을 서지도 않고, 택시를 타기 위해서 잔돈을 준비하지도 않는다. 월급 역시 현금으로 받거나 은행계좌로 입금되는 게 아니라 모바일 머니로 대신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과 최신 전자 금융 시스템은 언뜻 보기에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열악한 도로사정과 낮은 인터넷 보급률을 감안하면 매우 합리적인 앙상블이다.
아프리카인 10명중 4명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4일 모바일 머니가 빈국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이동통신사들은 이제 너도나도 모바일 뱅킹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는 케냐 휴대폰 업체와 영국 보다폰의 합작사인 사파리컴이 개시한 '엠페사(M-Pesa) 서비스'.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모바일 머니를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7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주로 도시 노동자가 은행지점이 개설되지 않은 시골 집에 돈을 송금하는데 썼던 이 서비스는 개시 2년 만에 가입자가 30%나 늘었다.
모바일 머니는 거리나 시간에 제한 받지 않고 도난 우려도 없다. 휴대성과 안전성에서 모두 뛰어나 케냐에서 시작된 모바일 뱅킹은 우간다 남아공 등으로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은행계좌를 열 수 없는 형편의 사람들도 간단히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케냐에서는 금융혁명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비록 은행 계좌처럼 이자가 붙지는 않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빠르고 편리한 모바일 뱅킹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프리카 몇몇 국가에서는 은행들의 압력으로 모바일 머니 시스템의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소매점 결제 등을 막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최대 통신업체 MTN이 스탠다드 은행과 합작해 우간다에서 모바일 머니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은행권도 속속 신 조류에 편승하고 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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