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숫자 늘리기가 능사가 아니다. 문제는 일자리의 안정성이다." "절대빈곤층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한발만 삐끗하면 그 처지가 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는 근로빈곤층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정부의 고용과 복지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대토론회가 열린다.
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28일 여는 '워킹 푸어의 현황과 과제' 대토론회는 그동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자리다.
근로 빈곤층은 사각지대
워킹 푸어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위기가 1997년 말 외환위기와 달리 그 충격이 임시ㆍ일용직,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층 등 노동시장 약자에게 집중됐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절대빈곤층으로 곧장 떨어질 수 있는 하위 근로계층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전체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7%(작년 8월 기준)이지만 실제 실업급여 지급과 급여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직업훈련 등의 고용안전망 수준은 이보다 훨씬 낮다는 분석이다.
노동이동이 잦은 워킹 푸어에게는 고용보험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다. 노동연구원 황덕순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임금근로자가 실직시 실업급여를 받은 비율은 2007년 10.3%에 불과했다.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들 중에서도 실업급여 수혜율은 22.5%뿐이었다. 실직을 당해도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10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했다는 것.
실업급여 수혜율이 낮은 것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기 때문'이 54%로 가장 많았고, '직장 휴업ㆍ폐업, 정리해고, 명퇴 등 근로자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비자발적 이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23.5%였다.
황 위원은 "고용보험 가입을 높여야 할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직을 한 사람도 장기간 구직활동에도 불구, 취업을 못했다면 사실상 비자발적 이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소득불안정 해소 대책 미흡
근로빈곤층의 기본적인 소득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근로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근로자에 대해 소득수준에 비례해 급여를 지원해주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원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수혜 대상도 재산이나 자녀 부양 여부 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설계돼 문제로 지적됐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기준대로 하면 대상이 전체 도시가구의 1.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근로빈곤층의 경우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대책이 막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근로빈곤층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25.0%, 건강보험은 64.1%에 불과했다.
노대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빈곤층은 대부분 임시ㆍ일용직이며, 업종도 서비스부문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사회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다"면서 "빈곤의 악순환에 따른 희망의 상실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의 사회보험 가입률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또 실업급여와 소득보전 등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중요한데, 현재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희망근로사업 등은 일자리의 질이 낮을 뿐 아니라 단기적인 일자리 제공에 그쳐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워킹 푸어(Working Poor)'란
199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용어로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빈곤한 사람을 말한다.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소득이 빈곤선 아래에 있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받아 들 여지는 개념이다.
경제활동인구란 구직 자체를 포기한 비경제활동 인구와 달리 현재 취업 상태이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사람들을 말한다.
빈곤선으로는 최저 생계비가 가끔씩 이용되기도 하지만, 경제활동인구를 소득 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가장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이 벌어들이는 소득(중위소득)의 50%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 빈곤선 아래에 있는 빈곤층 중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근로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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