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탠 글, 그림ㆍ 이지원 옮김/사계절 발행ㆍ104쪽ㆍ1만2,000원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은 '아홉 살 이상 인간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그림책이 '그림소설'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그 대상을 넓혔다. 기이하고 환상적인 15편의 소설을 그림과 글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먼>
책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비현실적으로 들춰내고 있다. 가령 '멀리서 온 비'는 시의 탄생 순간을 글씨가 적힌 종이들을 찢어붙여 비가 오는 것처럼 표현했다. 감정에 따라 글씨체를 달리한 점이 흥미롭다. '경계하고 있지만 겁먹은 건 아니다'는 국가안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물소'는 성장할수록 커지는 현실의 무게감을 다룬다.
대개 그림책의 삽화는 글을 보충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숀 탠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세계를 공감시키는 기제로서 그림을 사용해왔다. 그의 기존 작품 중 낯선 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외로움을 그린 <도착> 은 텍스트가 하나도 없는 그림집에 가까웠고, 이번에 수록된 작품 중에는 4장 연속그림으로만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있다. 데생, 판화, 수채화, 유화 등 각 작품의 주제에 맞게 기법을 사용한 것도 환상적인 느낌을 더한다. 도착>
호주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이민 2세로 태어난 숀 탠은 문학과 회화를 복수전공했고, 성인문학적 감성으로 그림책을 만들어왔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잃어버린 것> 은 나이가 들면서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다뤘고, <빨간 나무> 는 일상 속의 절망과 그 끝에 찾아오는 희망을 그렸다. 빨간> 잃어버린>
마침 '숀 탠 작가전'이 31일까지 서울 홍익대 근처 '카페 드 고릴라'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그림 30여 점이 전시되니, 주말 나들이로도 나쁘지 않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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