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중국 대륙이 영화 한 편 속에 푹 빠져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6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중국 특유의 홍색(紅色) 블록버스터 '젠궈다예'(建國大業)가 국경절(10월1일)을 앞두고 연일 매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1945년 항일전쟁 승리 후 49년 10월1일 건국 때까지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17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해 반나절 만에 1,500만위안(약 27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린 데 이어 불과 열흘 만에 4억5,000만위안(약 790억원)을 거둬들여 최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올 4월에 개봉된 난징 대학살을 다룬 영화 '난징! 난징!'이 세운 기록을 월등히 앞선 것으로 영화업계는 중국 영화 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화 제작사 측은 "국경절을 앞두고 애국주의가 고조되면서 청장년층은 물론 20대 관객이 극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호화 배역들의 연기도 한 몫 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열기 이면에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무료로 배포하는 홍보용 초대권 등 대규모 '지원사격'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이 영화에는 마오쩌뚱(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 류사오치(劉少奇), 덩샤오핑(鄧小平) 등 신중국 건립의 주역들과 장제스(蔣介石) 등 국민당 지도부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건국의 아버지'마오쩌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을 배제한 채 온화하고 사려 깊은 면모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최근 밀월관계에 접어든 양안 관계를 고려한 듯 장제스와 그의 아들 장궈리(張國立) 등 국민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악의 세력'으로 묘사하지 않고 고뇌하는 모습을 담아 대만을 배려했다.
청룽(成龍)과 류더화(劉德華), 리밍(黎明), 리롄제(李連杰), 장쯔이(章子怡) 등 중국의 초 일류 스타 200여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모두 "캐스팅 자체만도 영광"이라며 무료로 출연했다. 이에 따라 제작비가 3,000만위안(54억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의 대박에 힘입어 캐릭터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개봉에 맞춰 출시된 '젠궈다예 월병'은 5일만에 매진됐고 한정 제작된 지포라이터 100개는 개봉 첫날 모두 동이 났다.
런민(人民)대의 한 학생은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영화를 관람한 대다수 중국인들의 한결 같은 느낌은 애국심을 넘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에 대한 회복"이라며 "중국인은 지난 60년을 축하 받을 만 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