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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5> 삼성 사회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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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5> 삼성 사회봉사단

입력
2009.09.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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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과정에서 양극화와 실업, 이혼 등이 급증하며 방임되는 아이들이 늘었듯이 지난 1년 동안 금융위기 과정에서 소외되고 정서적으로도 피폐해진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병은 금전적인 지원만으로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한 가족이 돼 이들을 보듬어야 하죠. 이 때 중요한 게 바로 자신의 지식과 재능, 그리고 관심을 나누는 겁니다."(송하경 희망의 공부방 팀장)

삼성의 아동 관련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히 재정적 도움을 주거나 하드웨어 측면에서 시설 등을 바꿔주던 방식에서 탈피, 지역사회 및 사내 전문가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마음의 상처가 난 아이들 문제의 통합적 해결을 위해선 가족과 아동보호기관, 정신과 의사, 상담 전문가, 예술 치료 자원봉사자, 의료기관 같은 지역내 여러 기관의 전문적 돌봄이 필요하단 인식 때문이다.

삼성이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을 돕기 위한 '희망의 공부방'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4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양극화와 실업, 이혼 등 가족 해체가 늘면서 방임, 결식, 학대 등으로 고통 받는 아동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었다.

이때부터 사단법인 '함께만드는세상'과 함께 비영리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전국의 저소득 지역 공부방(2003년말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함)을 지원했다. 주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편한 공간 마련과 환경개선 사업 등에 힘을 기울였다.

이는 물론 '가난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사회 공헌 철학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이 전 회장은 항상 "토양이 좋은 곳에서 나무가 잘 자라듯이 기업이 커 나가는 사회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번 응어리진 아이들의 맘을 바로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에겐 전문적 보호가 절실했다. 그렇다고 전문기관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삼성이 최근 공부방 사업을 지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회 약자에게 무보수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프로보노와 연계하려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특히 김미정 희망의 공부방 팀장은 "지난 1년 동안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면서 일반 가정 가운데 차상위로 내려가고, 차상위는 다시 빈곤층으로 추락하며 방임되는 빈곤층 아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희 새롬지역아동센터장도 "가정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은 결국 인터넷에 빠져 폭력물과 음란물에 노출되기 십상"이라며 "또래 관계마저 어려워져 정상적 사회 생활이 힘들 때도 많다"고 지적했다.

마종열 부천 지역아동센터 연합회 대표는 "이러한 이중의 소외를 당한 아이들의 병은 가정과 학교, 지역아동센터의 집중 돌봄,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만이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교육 영향이 점점 커지면서 공부방 교사들 수준으론 도저히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삼성에선 계열사의 봉사팀을 통해 회계 전문가가 수학을, 외국인 직원이 영어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희망의 공부방과 프로보노의 결합은 이미 음악 분야에선 작은 성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표출할 수 있게 삼성에서 타악기와 바이올린 등을 지원하고 음악 전공자가 이들에게 연주법과 악기 다루는 법을 가르치게 한 것. 마을잔치 등의 지역 행사에도 참여, 연주까지 하자 공부방 아이를 대하는 지역민의 선입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전문 지식이나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가능한 건 아니다. 김명숙 도깨비 지역아동센터장은 "부모가 모두 일을 나가 혼자 있는 아이를 옆집 할머니가 하루에 1시간씩 봐주고 있는데 효과가 얼마나 큰 지 모른다"며 "관심만 가지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지역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삼성은 최근 부천지역아동센터연합회 등 4개 지역 공부방 연합회와 '우리아이 희망 돌봄 사업' 지원 협약식을 가졌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개별 집중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빈곤아동에게 전문 상담과 치료를 통해 구체적 변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빈곤아동 문제의 통합적 해결을 위해 그 가족, 아동보호기관, 상담전문가, 치료기관들과 같은 지역내 여러 기관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아동 돌봄의 네트워크 모델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교수는 "집중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심리ㆍ정서적 안정감 회복이 절실한데, 치료가 쉽게 중단돼 아동이 건강을 되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빈곤아동 돌봄 사업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삼성 사회봉사단 '각양각색'

삼성의 프로보노 활동은 임직원의 업무 특성과 관련된 지식, 재능, 특기, 취미 등 전문성을 살린봉사활동으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체 봉사팀의 12%인 30개 계열사, 500여개의 전문봉사팀이 가동될 정도로 각양각색인 것이 특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성법률봉사단이다. 2006년 3월 삼성 소속 변호사 74명으로 출발한 삼성법률봉사단은 법을 잘 모르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 계층을 위한 법률 상담과 형사사건 변론 등을 실천하고 있다.

이미 1만5,000건의 법률 상담과 118건의 민ㆍ형사 무료 변론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찾아가는 법률서비스'의 일환으로 서울 중랑구, 강북구, 은평구 등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매주 금요일 담당 변호사가 해당 시설을 방문,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산발적인 의료 봉사 활동을 조직화해 2006년 정식 출범한 삼성의료봉사단은 병으로 고통받는 우리 이웃들의 힘이 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1,000명과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전용버스를 활용, 상시 의료봉사체제를 구축하고 의료 소외지역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생명이 국민기초생활자 중 혈관종, 귀기형 등 선천성 얼굴기형이나 화상 후유증 등 안면성형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밝은 얼굴 찾아주기' 캠페인은 지금까지 318명 791건의 무료 성형 수술이 시행될 정도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최초의 민간구조기관인 삼성3119구조단도 지난 1995년부터 국내외 재난 재해시 구조 및 지원 활동을 편 전문봉사단체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청각 도우미견, 치료 도우미견, 인명 구조견, 탐지견, 재활승마 등 동물을 매개로 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사회의 가치'를 전하고 있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삼성의 전문봉사활동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경우 임직원 특기와 취미에 따라 모두 23개의 전문봉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도배, 전기 등 전문 기술을 가진 임직원들이 자매결연마을의 전기안전 점검 및 주거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다양한 자격증을 가진 '긴급구호 봉사팀'은 재해 현장으로 출동해 전기시설 교체, 도배 봉사활동, 농기계 수리 등의 전문 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사진동호회 봉사팀의 어르신 효도사진 촬영, 요리동호회 봉사팀의 사회복지시설 방문 요리봉사 등도 눈에 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도장QA부서는 인근 초등학교 체육놀이시설 등을 직접 도색하는 봉사활동을, 용접 교육 부서인 기술연수원은 각종 체육시설을 직접 제작해 인근 초등학교 및 공원에 설치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사내 음악동호회 '아름다운 소리 사회봉사단'은 소아암 어린이 돕기 모금 공연, 지역 사회 어르신 초청 음악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삼성SDS는 임직원의 지식과 능력을 활용한 전문봉사활동으로, 1995년부터 전국 소년원생, 보육원생, 장애 청소년들에게 정보기술(IT)교육 및 IT교육 인프라 지원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2006년 7월에는 IT나눔봉사단을 발족, 전국 그룹홈(아동, 청소년)의 홈페이지 구축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전문 무용수들이 모인 삼성무용단 자원봉사자들이 지역사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무용과 사물놀이를 직접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매주 실시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또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시민단체, 농ㆍ어촌 마을을 위해 무료 로고 제작 지원 사업도 펴고 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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