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대차 노조의 새 집행부 선거 결과 15년 만에 중도실리 노선의 이경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노동운동 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현대차 노조 집행부 선거 결과를 투쟁보다는 조합원 권익을 중시하는 실용적 노동운동의 예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7월 설립 이래 22년2개월 동안 199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연례행사로 파업을 벌여왔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최대 사업장으로 지금까지 정치적 파업 등 강경투쟁의 엔진이자 선봉에 서있었다.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 노조도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 같은 강성 노조 활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성이다. "매년 앞장서 파업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로부터 질타와 고립뿐"이라는 밑바닥 정서에서 출발, 노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이 후보에게 쏠렸다.
새 집행부는 중도실리(실용) 노선을 표방하는 만큼 조합원의 권익(고용)과 실리(임금 등 처우개선)를 우선과제로 두고 새로운 노동운동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와의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강경파 후보 탈락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장 서로의 관계가 단절된다거나 급변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이 당선자가 당선 소감에서 "(투쟁지향의) 잘못된 금속노조를 확 바꿔 우리 몸에 맞는 한국적 산별노조로 탈바꿈시키라는 게 조합원의 주문"이라고 말한 것도 조합원 정서가 아직은 산별노조 '탈퇴'가 아닌 '연대'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표현이다. 상급 단체와는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그 긴장감을 역으로 이용하는 중도노선을 걸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측과의 향후 전망은 예단하기 어렵다. 현대차 사측은 이 후보의 당선을 계기로 "실리적ㆍ합리적 노동운동 기풍이 자리잡고 현대차에 생산적 노사관계 패러다임이 정착될 것"이라고 밝히며 노조 파업 등 전투적 투쟁이 수그러들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무분별한 파업 못지 않게, 고용안정 및 임금 문제와 같은 '실리적 주문'은 언제라도 노사관계를 악화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7전8기 끝에 노조 수장에 오른 이 당선자는 연내에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조합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이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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