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하면서도 기품을 갖춘 세종대왕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뒀습니다."
10월9일 한글날에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세워질 세종대왕 동상이 사실상 완성됐다. 이순신 장군 동상 바로 옆에 세워질 이 동상은 서울과 한국의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25일 경기 이천시 설성면 조형물 전문제작업체 '공간미술' 작업장에서는 조각가 김영원(62) 홍익대 교수가 세종대왕 동상의 마무리 작업을 벌였다.
비행기 격납고 모양의 작업장 한 가운데엔 황금색 청동 초벌 옷을 입은 세종대왕이 세월을 관조하는 기품 있는 미소를 드러냈다. 95% 정도 완성된 이 동상은 청동에 입힐 색을 결정해 칠하고 외양을 마무리하는 작업만 남겨 두고 있다.
기단 위에 좌상 형태를 갖춘 세종대왕 동상의 높이는 기단을 포함해 총 10.4m로 이순신 장군 동상(17.0m)보다 6.6m 낮다.
이 동상은 4월 세종대왕 동상 작가로 뽑힌 김 교수가 제자 10여명, 공간미술 직원 20여명과 함께 일요일을 빼고 지난 6개월 가까이 매일 오전8시부터 오후9시까지 쉬지 않고 작업해 만들었다.
김 교수가 관심을 집중한 부분은 용안(容顔ㆍ얼굴)이다. 5만원 지폐에 새겨진 신사임당의 분위기가 친근하지만 지나치게 평범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은 사실을 김 교수는 잘 알고 있다.
그는 "태조 이성계, 영조대왕, 고종 등의 어진과 사진을 분석했다"며 "군주로서 기품이 느껴질 수 있도록 광대뼈가 없고 얼굴이 긴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만 가지고 1개월을 매달렸다"고 덧붙였다.
세종대왕이 54세로 생을 마감한 점을 고려해 열정적으로 일하던 40대 후반의 모습을 담았다. 옷은 조선시대 복식 자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당시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으며 두 팔은 벌린 상태로 왼손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을 들고 있다. 오른손은 바닥이 왼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백성을 끌어안는 듯한 포용력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의미한다. 훈민정음>
틀을 만들기 위해 어른용 밥그릇 5만4,000여명 분의 점토 13톤이 투입됐고, 10원짜리 동전을 3,200만개를 만들 수 있는 청동 22톤이 들어갔다. 동상 전면부에는 해시계와 측우기, 혼천의가 함께 설치되고 후면부에는 집현전 학사도 등을 부조로 조각한 열주(列柱ㆍ줄기둥) 6개가 만들어진다.
해시계는 정남향으로 배치해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채택한 우리 시간과 약 30여분 차이가 나도록 했다. 기단 하단부와 연결되는 광화문 광장 지하에는 세종대왕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전시공간인 '세종이야기' 기념관도 들어선다.
김 교수는 "이런 일은 제작 기간이 적어도 1년이 걸리는데 4월 중순에야 공모에서 지명됐다"며 "그럼에도 솔직히 작가로서 욕심이 나서 세종대왕 제작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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