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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5> 고덕수변생태공원과 암사동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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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5> 고덕수변생태공원과 암사동생태공원

입력
2009.09.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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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동쪽 끝. 경기 하남시와 접한 강동구 고덕동과 암사동 한강변에서는 또 다른 서울을 만날 수 있다. 강 건너 워커힐호텔이나 아파트 숲을 배경으로 자연이 살아 숨쉬는 현장이다. 그곳은 바로 고덕동과 암사동의 생태복원지역. 고덕은 6년동안 서울시가 심혈을 기울여 온 곳이고 암사는 지난해 공원 조성을 마쳤다.

이 두 지역은 출입이 제한되는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주민들에게 공개된 생태공원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처럼 붙어있는 곳은 서울에서 두 곳 외에는 없다.

2003년 7월 문을 연 고덕수변생태공원은 생태학습장으로 자리잡았다. 22일 이 곳을 방문했을 때도 '푸른인천숲가꾸기' 단체에서 생태안내자양성과정을 밟는 40여명 찾아와 공원 구석구석을 훑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 자리잡은 새집에는 청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가 앉아 물끄러미 밖을 응시하고 있다. 공원을 관리하는 생태보전시민모임 류양선 팀장은 "좁은 공간에 야생동물의 밀도가 높다 보니 저런 일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땅 위에 손가락 크기만하게 나있는 구멍들은 들쥐가 지나간 흔적이다. 흙무더기가 쌓인 곳은 두더지의 이동통로다. 막대기를 꽂아보니 흙이 푹 꺼진다. 흙무더기 바로 옆에는 두더지 먹이인 지렁이 똥이 수북이 쌓여있다. 인근에 지렁이가 많다는 표시다. 통나무를 걷어내자 볼펜 크기만한 지렁이들이 몸을 비틀고 있다. 은행나무 옆에는 너구리 똥이 발견된다. 인근 보전지역에서 넘어온 너구리가 은행을 배불리 먹고 영역표시를 위해 배설한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꿀벌은 무당거미의 간식이다. 군데군데 나뭇가지를 쌓아 만든 개미와 벌의 서식처도 눈에 띄었다.

강변 앞에 조성된 모래톱은 왜가리와 쇠백로의 놀이터다. 고덕천에서 유입된 퇴적물이 쌓여 조성된 모래톱 주변은 수심이 낮다. 당연히 새들의 먹이인 물고기가 풍부하다. 동네에서 만난 한 노인은 "예전에는 곳곳에 퇴적지가 많아 강 건너 구리까지 건너간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공원 안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물웅덩이는 생명체를 끌어들이는 공간이다. 1.5m 정도 판 후 바닥에는 물이 안 빠지게 부직포를 깔아 놓았다. 이 곳에선 개구리와 두꺼비가 서식하고 잠자리가 알을 낳는다.

간 밤에 왔다간 고라니 발자국도 선명히 보인다. 보전지역에 터를 잡고 있던 녀석이 인적이 없는 틈을 타서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너구리, 족제비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만들어 놓은 웅덩이는 이곳 식솔들의 훌륭한 서식처다. 전에 없던 부들 개구리밥 사마귀풀 골풀 등 습지식물이 생겼고 맹꽁이도 이 곳 식구가 됐다. 과거 비닐하우스와 무단 경작되던 밭이 지금은 먹이사슬이 살아있는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이 지역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조성한 지 6년만에 원시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서울도 복원 노력만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덕동에서 서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암사동 생태공원과 암사생태경관보전지역이 나타난다. 특히 생태공원은 지난해 12월 조성됐다. 환삼덩굴과 소리쟁이가 무성하고 홍수 때는 쓰레기로 넘쳐나던 곳을 확 바꿔놓았다. 강변에 조성된 높이 6m, 길이 1㎞에 달하는 인공 콘크리트 호안을 철거하고 갈대와 물억새 군락을 만들었다. 새들이 좋아하는 좀작살과 조팝나무, 찔레꽃, 털부처꽃도 심었다. 한강변에 인공섬을 만들어 백로와 청둥오리 등 야생동물의 휴식처로 꾸몄다. 공원을 조성하면서 쌓인 돌로 만든 돌탑은 곤충들의 은신처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고덕수변생태공원 관리ㆍ운영을 위탁 받은 생태보전시민모임의 류양선 팀장은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 동안 개발논리가 지배하고 인공 구조물만 가득한 삭막한 곳이었다"며 "생태공원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체험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사진=조영호기자 voldo@hk.co.kr

■ 생태경관보전지, 출입 제한·야생동식물 포획 금지

서울시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생태복원지를 조성하거나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생태복원지가 개발광풍으로 훼손되거나 방치된 지역을 복원해 공원 등을 조성한 곳이라면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잘 유지된 곳을 훼손되지 않게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생태복원지는 서울숲공원, 용산가족공원, 월드컵공원, 올림픽공원 등 도심공원과 각종 생태통로 등 20여곳에 달한다. 생태복원지의 대표격은 한강변 부근에 조성된 습지생태공원이다. 서쪽의 강서습지생태공원을 시작으로 한강선유도공원, 여의도샛강, 뚝섬유수지, 구의유수지에서 동쪽 끝의 암사동과 고덕동까지 펼쳐져 있다.

생태복원지에서의 생물종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고덕수변생태공원의 경우 공원 개장전인 2001년 10월 41종의 야생조류가 있었지만 개장 직후인 2003년 11월에는 48종으로 늘었다. 2년 후에는 72종으로 다시 증가했고 올해 1월에는 104종이 확인됐다. 최근 2년 사이 희귀종인 칡부엉이, 홍여새, 장다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가 공원의 새로운 손님이 됐다.

생태복원지에서는 학생과 주부, 자원봉사자 등을 대상으로 식물채집과 표본 만들기, 생태탐방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김원식 생태팀장은 "생태공원 등에는 관찰로와 전망대가 설치돼 시민들이 동식물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겨울철에는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백로 등 각종 철새들이 몰려들어 볼거리가 풍성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태경관보전지역은 현재 14곳이 있다.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야생동식물의 포획이나 채취가 금지된다. 1999년 8월10일 한강 밤섬을 시작으로 탄천(2002년), 방이동 습지(2002년), 암사동(2002년), 진관내동(2002년), 고덕동(2004년), 청계산 원터골(2004년), 헌인릉(2005년) 남산(2006년) 불암산 삼육대(2006년) 창덕궁 후원(2007년) 은평구 봉산(2007년), 인왕산(2007년) 등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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