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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色다른 色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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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色다른 色에 물든다

입력
2009.09.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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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일모직 화학부문 컬러랩에 특명이 떨어졌다. 당시 전세계 프리미엄 LCD TV에서 히트를 치고 있던 삼성전자 보르도 TV의 2세대 제품 개발을 위해 기존 고광택 블랙인 컬러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라는 것. 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상의 플라스틱 수지를 조합하는 기술인 '이중사출'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TV외관을 완성해야 하며, 투명한 블랙과 불투명한 원색의 조합이 필요한 고 난이도 작업이었다.

지난해 TV를 보는 각도에 따라 투명하고 검은 플라스틱 테두리 안에서 붉은 장미 빛깔이 달리 보이는 '크리스털 로즈'(로즈 블랙)가 선보이기까지, 제일모직 컬러랩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투명 블랙 속에서 비쳐나올 원색으로 빨강뿐 아니라 파랑 녹색 등을 색상별로 제안했다. 당초에는 빨강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세부적으로 점차 선명한 레드에서 와인 빛깔 레드로 옮겨갔다. 투명 블랙도 밑의 색상 투과율에 따라서 샘플을 제시하며, 600여개의 샘플 속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플라스틱이 색을 입고 있다. TV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경쟁력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유행에 민감해지면서, 덩달아 제일모직 LG화학 등 화학업체들도 플라스틱에 다양한 색을 입히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업체에선 플라스틱에 어울리는 다양한 색상을 찾는 게 경쟁력이 되면서 컬러연구소가 핵심조직으로 부상하고 있다. 역할도 달라졌다. 종전에는 고객사가 주문한 색상을 맞춤 제작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신소재 개발 단계에서 컬러연구소가 독자적으로 색상까지 기획ㆍ개발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익산공장 컬러디자인센터(CDC)는 최근 LG고유색체계 1,720개 색상을 구축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앞으로는 중복된 색상 개발을 줄이고 고객이 생각지 못한 컬러까지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 컬러랩은 출범 4년 만에 자체 개발로 플라스틱 외장재 컬러 샘플 2만8,000여개를 축적했다. 제일모직은 화학업체로서는 보기 드물게 컬러전시관을 운영하며, 전자업체 등에 컬러 제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보르도TV 고광택 블랙과 크리스털로즈, 블루블랙폰 등의 히트작도 내놓았다.

플라스틱 수지의 컬러 디자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소니에릭슨이 새로 선보일 친환경컨셉트 휴대폰에 사용될 재생수지 납품이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렀다. 관건은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재생수지에 맞는 색상을 찾는 것인데, 제일모직 컬러랩이 삼성전자와 선보인 친환경폰 '리클레임'의 파랑과 녹색을 구현한 노하우를 활용하면 소니에릭슨과 거래선을 트는 데 큰 문제는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올 들어선 모니터 받침 부문의 투명한 다크블루 플라스틱 외장을 제안해, 대만 컴퓨터메이커 에이서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전자제품의 컬러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TV, 모니터 등에서 현재 블랙이 대세지만, TV 냉장고 등 생활가전은 앞으로 2,3년 안에 모던한 화이트가 유행하고 휴대폰 노트북 MP3 등 소형 모바일제품은 더욱 화려해질 전망이다. 서정미 제일모직 컬러랩 디자이너는 "친환경 트렌드와 함께 제품에 도료를 뿌리지 않는 무도장 제품을 선호하면서, 제품의 색을 좌우하는 플라스틱 수지의 컬러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내스크래치, 친환경 등 첨단 플라스틱 수지 개발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컬러를 찾는 게 화학업체의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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