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광고시장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1월부터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ㆍ발행부수 공사)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신문사들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한국ABC협회를 통해 각 신문사가 자진 신고한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등에 대해 인증을 거친 매체에 한해서만 정부 광고를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내년 1월 시행 계획
정부 "검증 받아야 정부 광고 집행"
문화부는 내년 1월부터 부수 검증을 받은 신문과 잡지에만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광고를 배정하는 내용의 총리훈령 개정을 이달 말까지 완료키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새롭게 부수 검증에 참여하려는 신문사와 잡지사는 올해 7~9월 3개월간 부수를 10월 31일까지 한국ABC협회에 제출해야 한다. ABC협회는 각 언론사가 신고한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등을 근거로 현지실사를 벌인 뒤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문화부는 이와 함께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ABC협회의 신뢰성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증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정가 또는 80% 이상 수금'으로 책정된 유가부수 기준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수준인 '50%이상 수금'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현래 문화부 미디어정책과장은 "정부 광고 등에 대한 ABC제도 시행은 신문 광고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광고는 2,900억원 규모로, 신문과 잡지에 1,200억원이 집행됐다.
ABC협회는 4일 대전에서 전국 200여개 언론사 실무진을 대상으로 ABC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17일 한국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지는 등 언론계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신문사들 "참여하긴 해야 할 텐데…"
신문사들은 ABC제도 시행에 대해 자사 입장에 따라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매일경제의 경우 올해 초부터 '신문부수 공개 안 하는 건 OECD 가입국 중 한국뿐'이라는 기사 등을 내보냈다. 매일경제는 종합지들을 포함해도 전체 중앙일간지 중 발행부수가 4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부수 공개에 따른 광고단가 산정 등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라는 관측이다.
발행부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신문사들 간에도 입장 차가 확연하다. 최고 발행부수를 호언해온 한 신문은 막상 실제 발행부수는 그에 못미친다는 점 때문에 ABC 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부수가 적은 신문들의 부수가 공개될 경우 상대적 광고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보고 내부 준비를 진행 중인 신문사들도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ABC 참여를 선언했다.
한국 신문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ABC제도 시행 자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한겨레는 "인쇄매체의 발행부수에 따라 정부광고를 배정한다면 가뜩이나 온갖 경품이 난무하고 있는 혼탁한 신문시장의 질서가 더 교란되고 불법 판촉이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현재 한국 신문들의 부수에는 현금과 상품권 살포, 무가지 남발 등 과다 판촉 경쟁의 거품이 끼어있어 그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며 신문광고 효과는 '부수 기준'이 아니라 '열독률'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ABC협회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유가부수 산정 기준 등 시행세칙 변경 여부를 다룰 예정이다. 박용학 ABC협회 사무국장은 "유가부수 기준을 현행대로 80% 이상으로 유지할지, 50% 이상으로 낮출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
신문과 잡지 등 인쇄매체가 자진해서 보고한 발행부수, 유가부수 등을 ABC협회가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사해 확인한 뒤 공사보고서 발행 등으로 인증하는 제도. 한국ABC협회는 1989년 설립됐다.
미국은 1914년 세계 최초로 ABC기구를 설립했다. 일간 신문 944개를 비롯해 주간 신문 399개 등 모두 4,048개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1931년에 설립된 영국 ABC에는 일간지 378개, 주간지 466개 등 3,600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발행부수 공사 업무 외에도 전문지의 독자 프로파일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1949년 ABC협회를 설립한 독일은 '공동매체 분포의 조사를 위한 정보공동체'라는 의미의 IVW가 공식 명칭. 일본ABC협회에는 76개 신문사가 참여하고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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