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의 박승복(88)회장은 유독 '장수'라는 단어와 연관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 간장의 대명사격인 '샘표'는 국내 기업 제품 중 가장 오래된 장수 브랜드로 등록이 돼있다. 선친인 박규회 창업주가 서울 충무로에 간장공장을 시작한 것은 1946년. 샘표라는 이름은 54년부터 사용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박 회장은 또 국내 최고령 최고경영자(CEO)이다. 1976년 CEO를 맡아 33년을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업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이다. 미수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업무를 보고, 말 한마디 걸음걸이 하나에서도 흐트러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모 건강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신체나이는 불과 49세라는 진단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건강하게 사는 비법을 소개한 저서 <장수 경영의 지혜> (청림출판)를 내놓았다. 장수>
서울 중구 충무로 집무실에서 만난 박 회장은 자신의 건강비결로 식초를 추천했다. 박 회장은 "1980년대 초쯤 위장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 출장 도중 만난 일본인 친구가 '식초는 만병통치약'이라며 마셔볼 것을 권해 시작했다"며"당시 일본에는 식초 마시기 열풍이 일 때였고, 시중에 나와있는 식초에 관한 책을 섭렵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도 특별한 건강관리를 하지 않는다. 골프는 고사하고 다른 운동을 할 짬이 없다고 한다. 대신 하루 세 끼 밥을 먹고 나면(공복에는 금물이란다) 물과 함께 식초를 마시는 것이 유일하다. 식후 식초 마시기는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겨우 식초 몇 잔으로 건강유지가 가능할까.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은 근육에 쌓이는 피로물질(젖산)을 분해하고, 신맛은 침샘을 자극해 입맛을 돌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장 운동을 활발하게 도와 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배변을 돕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식초는 우리 몸에 들어가면 알칼리성으로 바뀌어 위와 장 속의 노폐물을 씻어주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식초열풍이 불었음에도 효과를 본 사람이 많지 않은 데 대해 박 회장은 "그것은 장복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마셔야 효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식초를 처음 마실 때 고약한 냄새 때문에 장복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좀더 편하게 식초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맛이 순한 '백년흑초'를 출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요즘도 매주 한 두 차례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이따금 사내 회식을 할라치면 대적할 만한 젊은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박 회장은 독특한 폭탄주 제조비법을 가지고 있다. 소주에 꼭 식초를 타서 마신다. 소주 3병에 흑초 한 병의 비율로 주전자에 담아 마시는데, 이를 두고 '백년처럼'이라고 이름 지었다. 박 회장은 "백년처럼은 술맛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아침에 숙취도 확실히 적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나 운동도 결국은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답이지만, 실천을 하지 못하는 세인에 대한 따끔한 충고였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