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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김영자씨 40여년 수집 민속 인형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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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김영자씨 40여년 수집 민속 인형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전시

입력
2009.09.2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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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요즘 인형나라다. '작은 나라 큰 세상, 인형'이라는 제목 아래 세계 45개국의 민속의상을 입은 인형 600여점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중남미, 아프리카, 아랍 등 다양한 지역과 나라의 인형들을 바라보면 마치 세계여행을 떠난 듯 하다.

이 인형들은 재독 인형수집가 베커스 김영자(70)씨가 40여년간 모아 최근 민속박물관에 기증한 것들이다. 레겐스부르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지낸 그는 '삼국유사'를 독일어로 번역해 현지에서 출판하는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개막일인 23일 만난 김씨는 "신광섭 민속박물관장으로부터 '(인형들을) 기왕이면 품위있는 집으로 시집을 보내라'는 권유를 받고 기증을 결심했다"면서 "자식처럼 애지중지해왔지만 모으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렸기에 섭섭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개 어릴 때 잠깐 갖고 놀다 마는 인형을 이렇게 오랫동안 모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내가 수집한 인형들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사람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민속인형을 통해 세계 여러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어요. 신앙이나 지리적 특징, 환경까지도 고스란히 인형의 모습에 반영되거든요. 한국 아이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전시장에 나온 인형들을 보면 그의 말이 이해가 간다. 같은 나라의 인형이라도 지역에 따라 모자와 의상의 형태가 모두 다르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 인형들은 모자 위에 '퐁퐁'이라는 방울을 달았다.

방울의 개수가 많을 수록 부유한 집안이라는 뜻이고, 결혼 여부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걱정인형'이라 불리는 과테말라의 조그마한 인형은 아이들의 베개 아래 두면 잠자는 동안 인형이 걱정거리를 가져간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김씨의 인형 수집은 1960년대 유학생 시절 우연히 베를린 지방의 민속인형을 보고 마음을 뺏긴 게 시작이었다. 그는 "요즘 돈으로 100만원 정도 되는 거금이었는데 이상하게 선뜻 사게 됐다"면서 "이후 벼룩시장이나 골동품상, 인터넷 경매 등을 통해 수집한 게 1,50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가격은 1만원이 안되는 것부터 수백만원짜리까지 천차만별이다. 구입한 인형을 연구하려다 보니 민속자료나 일러스트 등도 함께 수집하게 됐다.

그는 "찍어내듯 만든 관광상품은 절대 사지 않는다. 각 지역의 민속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얼굴 표정에 생동감이 있는 수제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어린이박물관의 이은미 학예연구사는 "인형은 아이들이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대상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서 "김씨에게서 기증받은 인형을 전시와 교육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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