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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인프라가 강한 금융 만든다/ <하> 신용정보 공유 늘리고 우량정보 취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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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인프라가 강한 금융 만든다/ <하> 신용정보 공유 늘리고 우량정보 취합해야

입력
2009.09.2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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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미국에 이민 온 김모(36)씨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인터넷 사이트 '마이파이코'(myfico.com)에 들어가서 자신의 신용점수(credit score)를 확인한다. 수년 전에 받았던 모기지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조정할 수 있는 정도로 신용점수가 올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미국에 온 후 공과금이나 신용카드 요금을 거의 한 번도 연체한 적이 없는데다 일정한 직업도 있고 신용관리를 철저히 해 온 덕분에 김씨의 신용점수는 벌써 750점까지 올랐다. 그의 등급은 '훌륭함-아주 좋음-좋음-좋지 않음-나쁨'의 다섯 단계 중 '아주 좋음'에 해당한다. 신용거래 기간이 짧아 '훌륭함' 단계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모기지 금리를 낮추는 데는 문제 없는 수준이다.

미국에서 개인 신용정보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김씨가 알아 본 '파이코 스코어'(FICO score)란 신용정보회사(Credit Bureau: CB)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3대 CB에서 취합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점수화한 것.

이 점수의 활용 범위는 비단 은행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구매를 위해 오토론을 신청할 때도 신용점수에 따라 금리나 할부 방식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신용거래 기간이 최소 5년 이상, 신용점수 750점 이상이어야 우대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신용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이동통신, 인터넷에 가입할 때 보증금이 필요 없고, 기기를 공짜로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의 중소형 은행들은 자체 기준 없이 아예 CB 정보만 가지고 대출심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피코 스코어'가 이렇게 개인 신용을 정확히 대표하는 척도로 인정 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CB가 모으는 정보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나 은행 대출 등 금융거래뿐 아니라 세금, 공과금, 보험료, 연금 납부 실적, 소득, 직업 유무, 심지어 소송 여부까지 취합한다. 특히 현재 상태뿐 아니라 꾸준한 '이력'에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 CB는 주로 금융거래, 신용거래 정보만을 취합한다. 그것도 우량정보보다는 불량정보를 중심으로 모은다. 금융기관이 대출 등 신용거래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신용, 즉 채무상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는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리서치팀의 김정인 박사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신용거래가 별로 없는 저소득층이나 사회초년생 등에 대해 대출해주기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면서 "만약 보험료나 세금, 공과금 등을 납부할 때 연체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정보가 있다면 금융기관이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도 되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다양한 정보, 특히 우량 정보를 많이 취합할 경우 금융기관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예처럼 신용점수를 쌓아 등급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등급이 높아지면 전에 대출을 해 주지 않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이미 받은 대출 금리도 도중에 낮출 수 있다.

올해 4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4대 보험 정보, 전기요금 완납정보 등 공공정보를 CB가 수집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해당 정보를 갖고 있는 기관들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정보 집중의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로 정보제공을 꺼리는 실정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보면 개인의 신용정보를 각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것보다 CB에 집중시켜 공유하는 것의 장점이 많다"면서도 "보안이 철저하다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조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간간이 일어나다 보니, 해당 기관이나 개인들이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고 말했다.

따라서 "CB업체들이 개인의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고, 여러 정보 중 공개하고 싶은 정보를 개인이 정할 수 있도록 개인의 정보 통제권을 높인다면 공공정보 등 좀더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김용덕 KCB 사장은 "정보보안 인증을 획득하는 등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자신의 정보를 누군가 조회하면 그 사실을 본인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구축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신용정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전보다 개선됐지만 본인이 어떻게 신용경력을 관리해야 하는지, 신용경력이 우수하면 어떠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면서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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