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을 번역하는 김태성 선생이 요즘 중국에 갈 때마다 곤란한 일을 당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이름의 한국인이 죄를 짓고 수배 중인 모양인데 매번 공항에서 검문에 걸린다는 것이다. 한자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 않느냐고 항변해보지만 그때뿐이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중국의 교통 질서로 옮겨갔다. 신호등이 있지만 아직도 중국인들은 신호를 무시한 채 아무 때나 길을 건넌다.
그러다보니 빨간불일 때가 많고 정작 파란불에는 아무도 건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보다 못해 베이징올림픽 기간에는 묘책을 쓰기도 했다. 횡단보도 신호등을 고무줄로 묶고 그 끝을 당겨 잡고 서서 사람들이 건너지 못하도록 막았다가 파란불이 되면 탁 고무줄을 놓는 식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중국에서 이미 경험했던 일이라 공감이 갔다. 지난 여름 아이와 머물렀던 원주에서도 신호등 때문에 애를 먹었다.
신호등이 있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왕년에 무단횡단깨나 했던 나도 아이와 함께 건너려니 겁이 났다. 유일하게 서울의 신호등이 그리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엄격하리만치 신호등 신호를 지키던 일행이 중국에서는 빨간불에 유유자적 도로를 건넜다는 것이다. 대형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며 상향등을 깜박이기까지 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다 이렇게 한다는 말까지 주고받고 있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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