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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를 디자인하라] <10> 하수오 전주주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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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를 디자인하라] <10> 하수오 전주주조 대표

입력
2009.09.2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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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다. 우리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와인 문화가 상륙하면서 치즈는 물론, 안주로 곁들여지는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들이 우리 일상에 자리잡게 됐으며, 일본 전통술인 사케 또한 동일한 결과를 낳았던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성덕동 ㈜전주주조 공장에서 하수오 대표를 만났다.

국내 최초로 현대식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전통 모주 공장을 만든 그는 우리 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와인이나 사케를 즐기면 문화인이 되고 모주와 막걸리를 마시면 뭔가 부족해 보이는 한국 사회가 참 부끄럽지 않나요."

그의 공장은 이날 12톤의 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했다. 연말까지는 모두 160톤을 팔 예정이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 막걸리를 절대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수출된 막걸리는 '천년전주_전주쌀 막걸리'라는 브랜드를 달고 일본에 2만개의 매장을 가진 드러그스토어(일상 잡화와 생필품을 취급하는 전문 매장)를 통해 일본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100%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는 한국에서 이 제품이 처음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업체들이 우리 쌀을 외면해 왔던 게 현실이죠. 또 세계화에 걸림돌이 됐던 위생 분야에서의 문제점들을 현대화와 자동화를 통해 해결했으니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당연하죠."

막걸리 일본 수출에 이어 그는 '전주 모주'의 세계 진출도 꿈꾸고 있다. 이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과 각종 한약재를 넣고 달여 만든 제품이다. "모주는 도수가 5도 이하로 낮고 맛도 달콤해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죠. 거기에 각종 국산 특산물을 첨가해 기능성까지 보완한다면 대단한 상품이 될 겁니다."

그의 꿈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농민은 한국 근대화의 최대 피해자들 중 하나에요. 이들이 만든 우리 농수산물을 활용해 부가가치 높은 식품을 만들 팔고, 거기서 나오는 이윤을 다시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고향과 농민, 농업에 대한 하 대표의 사랑은 전주막걸리연구소 설립과 공장 인근 농가와의 장기계약이라는 비전으로 조금씩 영글고 있다.

전주=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 이웅규 교수가 본 하 대표는

하수오 대표는 한국 주류 산업계에서 아웃사이더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 온 전주주조를 운영하는 대신, 그는 금융권과 IT 업계에서 경영인으로 살아 왔다. 그런 그를 4년 전부터 매혹시킨 것은 다름 아닌 막걸리. 늘 곁에 있었던 막걸리였지만 이 술을 통한 세계 시장 정복이라는 그의 사업가적인 열망이 불타 오르기 시작한 것.

그가 한국 전통주 산업에 머문 시간이 짧다는 사실은 전주주조를 이끄는 데 약점보다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전통주 산업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현대화한 경영 기법과 마인드로 풀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억대가 넘는 돈을 들여 새로운 막걸리 용기와 브랜드, 포장지와 술잔을 만드는 대변혁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서 21세기 건강 식품이자 와인 사케 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대한민국 막걸리'의 미래를 읽는다.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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