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아들'이자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한 줄기 불빛이며 만약 그가 물러나게 되면 우리가 뒤로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돌출발언이 유엔총회장을 한바탕 폭소로 몰아넣었다. 리비아 통치 40년 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한 카다피는 "오바마는 영구히 미국의 지도자로 남아야 한다" "신종플루는 군사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물무기가 아니냐"는 등의 황당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카다피는 23일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주어진 15분의 연설시간을 훨씬 초과한 약 100분 동안 메모지만 들고 즉석 연설을 했다. 좌충우돌하는 카다피의 연설이 계속되는 동안 동시통역사가 기진맥진해 교체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카다피는 특히 "유엔창설이래 65개의 전쟁이 일어났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자기들의 이해관계에만 충실해왔다"고 비난하며 유엔헌장 사본을 찢는 돌출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안보리가 아닌 '테러 이사회'로 불러야 한다"며 상임이사국의 거부(비토)권을 폐지하고 이사국을 아프리카, 아랍국가, 이슬람국가까지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카다피의 연설이 터무니 없이 길어지자 이를 제지하는 유엔 관계자의 쪽지를 공중으로 날리는 볼썽 사나운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미 유엔대사 등은 카다피가 무대에 오르기 전 자리를 떠 회의장 절반이 비어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서방에 대해 독설을 쏟아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은 정직하게 다가오는 나라들과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며 유화적인 모습을 취하기도 했지만 연설 대부분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의 땅을 강탈했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미국과 그 동맹에 대해서도 "탐욕스러운 자본주의"라고 힐난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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