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이 조항이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2항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기본권인 이상, 하위법인 법률로써 이를 제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관별 의견 및 이유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이강국ㆍ이공현ㆍ조대현ㆍ김종대ㆍ송두환 재판관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와 허가금지 조항을 폭넓게 해석했다. 5인의 재판관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에 대해 "집회의 내용뿐 아니라 집회의 시간ㆍ장소를 기준으로 한 허가도 금지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들 재판관은 외국의 집회 관련법에 비춰도 우리나라 집시법 조항이 집회에 대한 기본권을 심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영국ㆍ독일ㆍ오스트리아ㆍ일본 등은 야간옥외집회를 특별히 금지하거나 행정권이 허가하는 식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일부 제한을 하고 있는 국가인 프랑스에서는 11시 이후의 집회만을, 러시아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의 집회만을 금지하고 있는 점과도 비교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대현ㆍ송두환 재판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집시법 10조가 야간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상당 부분 박탈하는 것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2항을 위반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민형기ㆍ목영준 재판관은 집시법 제10조가 '허가금지'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일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재판관은 "야간집회를 금지하면 낮 동안 활동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등은 사실상 집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김희옥ㆍ이동흡 재판관은 "일반국민의 휴식권ㆍ통행권도 보호돼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금지가 필요한 이유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질서유지를 위해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2항에 비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전 억제를 할 수 있으며, 허가금지 조항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법불합치에 따른 파장
헌재는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해당 조항은 내년 6월 30일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야간옥외집회 신고가 들어와도, 국회에서 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경찰이 종전처럼 집회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나 경찰의 입장에선 야간옥외집회를 열거나 참석했다고 해서 헌재가 '시한부 선고'를 내린 법률을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간집회 금지 조항을 계속 적용해 기소를 한다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불복종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이 법 개정까지 선고를 보류했다가 무죄를 선고할 수도 있다.
집시법을 어떤 식으로 개정할지를 두고서도 정치권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등 야당은 관련 조항의 전면 폐지를 주장할 것이 유력하고, 한나라당은'일출 전 일몰 후' 조항의 범위를 좁혀서 명시적인 시간 제한을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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