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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묘한 두 봉우리와 탑들, 빨려들어오는 마이산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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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묘한 두 봉우리와 탑들, 빨려들어오는 마이산의 기

입력
2009.09.2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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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괴하게 생겼다. 암만 뜯어봐도 신기하다.

전북 진안군의 마이산 이야기다. 암수로 나뉜 봉우리는 땅에서 솟았다기보다 누군가 하늘에서 큼직한 바위 덩어리를 꽂아 놓은 듯하다.

이 고장 사람들은 마이산을 기로 가득한 산이라고 자랑한다. 진안군민들은 매년 10월 11일 산 밑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군수가 직접 제사를 총괄하는, 군 전체 차원으로 이뤄지는 공식 산신제다.

마이산의 남쪽 매표소에 차를 대고 올랐다. 여느 산의 입구처럼 산행객을 상대로 막걸리 파전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길 양옆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이한 것은 좌판에서 돼지고기를 굽고 있는 풍경이다. 진안군은 새끼돼지 '애저'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돼지 익는 냄새를 지나면 요상스러운 절을 만난다. 금당사다. 여기저기 금칠을 해 댄 건물들이 우스꽝스럽다. 중창불사로 시끄러운 망치 소리 때문에 머리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뿐이다.

마이산 봉우리가 물그림자 드리운 탑영제를 지나면 벚나무 울창한 예쁜 산책로가 이어진다. 탑사로 가는 길이다. 탑사엔 기기묘묘한 탑 80여 기가 서 있다. 마구 쌓아 놓은 것 같지만 아무리 센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돌탑 중에선 탑사의 맨 위쪽에 있는 천지탑이 가장 압권이다. 마이산 문화해설사는 "마이산의 기가 가장 센 곳이 바로 천지탑 옆"이라며 "마음껏 기를 받고 가라"고 권했다.

탑사에서 올려다본 마이산 봉우리는 여기저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쉽게 바스라지면서 표면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타포니(Tafoni) 지형이다. 타포니는 벌집 모양의 자연 동굴을 뜻하는 코르시카 방언에서 유래했다.

타포니 현상은 마이산 남쪽 사면에서 볼 수 있지만 북쪽 면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햇볕을 받는 남쪽 사면이 일교차에 의한 침식이 더 잘 일어나고, 북쪽 사면엔 얇게 흙이 덮여 있어 그렇단다.

탑사에서 조금 더 오르면 태조 이성계의 '금척' 전설이 어린 은수사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왜구를 물리친 이성계가 마이산에서 잠을 잘 때 나라를 잘 경영하라는 계시와 함께 금척을 받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기로 가득한 진안군은 홍삼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나는 인삼이 전국 인삼 생산량의 8.7%에 달하고, 인삼을 가공한 홍삼은 전국 생산량의 30%를 넘는다고 한다. 진안군이 새로운 비전으로 삼는 것도 홍삼한방특구, 홍삼클러스터사업 등이다.

마이산 바로 턱밑에 홍삼을 활용한 고급 휴양 시설인 진안홍삼스파가 최근 문을 열었다. 홍삼을 주제로 한방의 음양오행에 따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편안히 쉬면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신개념의 스파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2층에 올라가면 가운데 커다란 풀에서 아쿠아 테라피를 받는다. 워터젯 에어버블 넥샤워 등 수압을 이용하는, 다양한 기구로 몸의 피로를 푼다. 이후 옆에 있는 어두운 풀에 들어간다.

여기선 목과 종아리에 튜브를 걸치고 물 위에 편안히 누워 물속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듣는다. 어머니 뱃속 양수 속에 떠 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같은 층에 건초 테라피, 습식 서멀 테라피, 버블 감성 테라피를 받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건초 테라피는 마른 약초 위에 흰 천을 깔고 누워 약초의 향을 몸으로 흠뻑 빨아들이는 곳이다.

습식 서멀 테라피은 매우 인상적인 곳이다. 따뜻한 돌의자에 앉아 홍삼팩을 얼굴과 몸에 바르고 한참을 있으면 머리 위 샤워기에서 안개 같은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점점 물방울이 커지더니 물줄기가 이내 거센 소나기처럼 쏟아져 온 몸을 씻어 준다.

버블 감성 테라피는 진안홍삼스파가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버블탕이다. 따뜻한 돌의자에 누워 있으면 바닥에서 거품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온 몸을 다 덮을 정도로 차오른 거품으로 마사지를 하고 있으면 천장의 샤워기에서 세찬 물줄기가 쏟아지며 몸을 상쾌하게 닦아 준다.

마이산 봉우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옥상에는 자쿠지가 여럿 설치돼 있다. 따뜻한 풀에 몸을 담그고 마이산의 정기를 함께 쐴 수 있다.

지난 여름 1차 오픈했던 진안홍삼스파는 개·보수를 위해 잠시 휴장 중이다. 공사를 마친 후 10월 중순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입장료는 3만9,000원. 버블 감성 테라피(1만3,800원), 건초 테라피(8,800원), 습식 서멀 테라피(8,800원)는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 진안홍삼스파 옆에는 26개의 객실을 갖춘 숙박 시설 홍삼빌이 있다. 2인실은 1박에 8만원, 4인실은 10만원이다. (063)432_5200

진안=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이성원의 여행편지/ 원촌마을에서 만난 소박하고 예쁜 간판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이 있는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습니다. 면사무소 소재지인 원촌마을입니다. 흰구름이 쉬어 간다는 백운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진장(무주·진안·장수군)의 높은 고원에 자리한 아담한 마을입니다.

데미샘을 취재하고 나오던 길 차창 밖으로 이 마을을 스칠 때 그만 급브레이크를 밝고 말았습니다. 대단한 절경이나 급박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시선을 잡아챈 작은 간판 두어 개 때문입니다.

갑자기 만난 마이산 만큼이나 제 눈을 놀래킨 건 검박하고 예쁜 간판들입니다. 차에서 내려 가을의 나른함에 빠져 있는 조용한 마을을 거닐었습니다. 그런 예쁜 간판은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모두 34개의 아름다운 간판이 마을의 풍경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풍년떡방앗간'이라는 흰 간판에는 이삭을 물고 가는 새의 그림이 그려졌고, 백반 등 음식을 파는 '육번집' 간판에는 게 조개 새우 홍어 등 찌갯거리 들이 앙증맞게 들어앉았습니다. 시멘트 벽면에 쓰여진 '근대화상회' 상호는 그 글씨 만으로도 근대화를 느끼게 했고, '희망건강원'의 지붕 위엔 녹슨 흑염소 조형물이 걷고 있었습니다.

흰색의 정육면체 4개를 엇갈려 쌓은 '백운농기계수리센터' 간판은 너무나 세련된 느낌이지만 각종 농기구 부품들로 어수선한 수리센터 마당과 어우러진 풍경도 그리 어색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모두 시골 간판을 예쁘게 만들어 보겠다고 대학 교수들이 달려들어 만든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주민들도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했다는 간판 개조 운동이 마을을 크게 바꿔 놓은 겁니다.

흰구름할인마트에 들러 캔커피 하나를 사면서 주인에게 "간판이 참 좋습니다"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린 주인은 "예쁘긴요 뭘. 촌스럽기만 하죠. 솔직히 전 크고 번쩍거렸던 예전 간판이 더 좋은 것 같아요"하더군요. "그래도 간판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나요?"물었더니 주인은 "간판 보러 오는 사람들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생긴 건 사실입니다"고 싱긋 웃음을 지었습니다.

원촌마을의 소박한 간판을 보며 대도시 빌딩을 가득 메운, 시각 공해를 일으키는 간판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진정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간판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요란스럽게 떠들며 나 잘났다고 크게 자랑하면 할수록 거부감만 줄 수 있고, 솔직하고 검박하면서 스스로를 낮추면 낮출수록 더욱 큰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간판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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